임신 8주 차 이야기
9월 1일부터 10일까지, 신랑이 인도네시아로 출장을 갔다.
일 년에 한두 번, 10일 정도 다녀오는데 임신 초기에 자리를 비운다니 가기 전엔 걱정이 앞섰다.
다행히 임산부 단축근무를 시행하고 있어서 집에 돌아온 후에도 여유 있게 저녁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씻고, 저녁 식사를 차리고, 설거지와 빨래, 평소에는 신랑이 도맡아 해 주던 분리수거와 음식물 쓰레기 버리기는 지윤이와 함께했다.
어떤 날은 분리수거 후 시장에 가서 먹고 싶은 과일 등 장을 보고 오기도 했다.
신랑이 없으니 나눠서 하던 일을 혼자서 또는 지윤이와 하느라 분주했지만
지윤이도 아빠가 자리를 비웠다는 걸 아는지 혼자서 노는 시간도 많이 가지며 제법 의젓하게 지냈다.
사실 그건 나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혼자서 할 수 있는 일도 신랑이 있으면 부탁하거나 신랑이 올 때까지 미루기도 한다.
우리 둘 다 평소보다 능력을 더 발휘하며, 10일 동안 부쩍 성장했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신랑이 돌아오니, 새삼스럽게 참 좋다고 느껴지는 건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점이다.
특히나 자기 전에 신랑이 발이랑 손 마사지를 꼭 해주는데,
가장 안정적이고 행복하다고 느껴지는 순간이다.
지윤이도 아빠와 함께 공원에 가서 산책하고, 힘들 때는 번쩍 안아주는 사람이 있으니
어딘지 모르게 조금 더 든든한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