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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딸의 장래희망은… ‘엄마’

by 이수댁

유치원에서 엄마 초대 수업을 하는 날, 딸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 딸의 장래희망이 ‘엄마‘라는 것.

모델, 스튜어디스, 유튜브 크리에이터 등 친구들의 다양한 장래희망을 보고,

선생님께서 엄마 외에 지윤이가 하고 싶은 일은 뭔지 다시 생각해 보라고 하셔도 지윤이는 엄마가 되고 싶다고 했단다.


엄마로서 나는 지윤이가 ‘엄마’가 되고 싶다는 게 좋았다.

누구보다 가까이 내가 엄마 역할을 하는 걸 지켜보는 지윤이가 엄마가 되어 아이를 돌보는 일을 하고 싶다니…

엄마가 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조금은 알 텐데도 감수할 수 있다고 믿는 것 같고, 난 지윤이가 충분히 잘 해낼 거라고 생각한다.

지윤이의 눈에 엄마라는 존재가, 되고 싶은 존재라는 것도 자랑스럽게 여겨야 할 부분인 것 같다.


어제저녁에는 지윤이는 “엄마, 엄마” 부르고, 소윤이는 달라붙으며 자신을 봐달라고 하길래

“아이고, 요청사항도 많으세요들. 엄마 닳겠네!”라고 말했다.

신랑도 지윤이가 나중에 크면 엄마가 되고 싶다는 이야기를 듣고

“지윤아, 엄마가 되려면 마음이 정말 넓어져야 해.”라고 말했다.


그렇다. 엄마가 되려면 마음의 평수를 넓혀야 한다.

가끔은 아이에게 정말로 기분이 나쁘거나, 화날 때가 있다.


둘째가 아파서 밥을 거의 먹지 못해서 아침에 일어나서 밥을 새로 짓고, 미역국을 끓이고 있었다.

지윤이는 일찍 일어나서 뒹굴거리고 있었고, 둘째가 일어났을 때 몸이 뜨끈하길래 체온을 쟀다.


지윤이는 옆에서 작은 목소리로 “엄마는 맨날 소윤이만 챙겨주고…(중얼중얼)“

뭐라고 하는지 자세히 듣지 못했지만 동생만 예뻐한다고 투정 부리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지윤이가 사랑받고 싶구나 생각하고 한번 더 꼭 안아주면 되는 건데,

지윤이가 일어났을 때 엄마가 꼭 안아줬는데… 왜 불평하는지 기분이 나빴다.


그러고서는 내가 말할 때는 귀를 막고 안 들으려고 하는 모습에 화가 나서

‘엄마가 지윤이에게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그래?‘하고 물었다.


지윤이의 대답은 “그냥…”이었다.

말로 다 설명하지 못하지만 그냥 엄마의 사랑은 온전히 받고 싶었다는 마음이었겠지.


일어나면 준비하고 유치원에 가야 하는 아이에게 화를 내진 않았지만

혼자서 마음이 상해있었고, 아이도 내 감정을 읽었을 것이다.


그날, 유치원에서 전화가 왔다.

지윤이가 피아노 레슨을 받을 때 같은 반 남자 친구가 낮은음을 눌렀고, 지윤이가 그 아이의 팔을 살짝 때렸다고.

옆에 앉아 계시던 피아노 선생님께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계셨는데,

지나가던 다른 선생님께서 지윤이가 때리는 모습만 보고 말로 해야지 때리면 안 된다고 엄하게 혼내셨다고 한다.

지윤이가 10초 정도 눈물을 흘리다 뚝 그쳤고,

지윤이가 잘못한 것도 있지만 속상한 마음도 있었을 거라고 말씀해 주셨다.


평일에는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엄마와 떨어져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데…

안쓰럽고, 집에 오면 잘해줘야겠다고 마음을 다잡고 지윤이를 맞이했다.


원래 나는 마음이 태평양처럼 넓은 사람이 아니지만

적어도 엄마로서 하루하루 경험을 쌓아가며 ‘이해하다(understand)’라는 단어의 의미를 깨달아가고 있다.

under(밑에) stand(서다).

밑에 서서 바라봐주고, 한 발짝 물러나서 이해하는 마음을 조금씩 배워가고 있다.


지윤이가 나중에 커서 엄마가 되면,

엄마도 결국 불완전한 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느끼고, 이해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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