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이사 온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 내에 사우나가 있다. 신랑이 육아휴직을 하니 시간과 마음에 여유가 생겨서 커뮤니티 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복직 전 꼭 챙기고 싶은 일 중 하나가 ‘지윤이와 둘만의 시간 갖기’였는데, 엄마와 딸이 함께 목욕탕에 가면서 소원을 이뤘다.
지윤이가 물놀이를 좋아한다는 건 알았지만, 목욕탕을 이토록 사랑할 줄은 몰랐다. 탕 속에 들어가기 전에 몸을 깨끗이 씻고, 어린이탕에 먼저 들어갔다. 왼쪽에 냉탕, 가운데에 어린이탕, 오른쪽에 온탕이 있는데 세 개의 탕을 넘나들며 재미있게 놀았다. 7-80도가 되는 건식 사우나도 체험해 보고자 들어갔다가 10초 세고 나왔다. 목욕탕 물 온도를 보면서 소수점 자리 숫자 읽기, 들어온 시간과 나갈 시간을 확인하면서 시계 읽기 놀이도 했다. 갑갑해서 나가자고 할 줄 알았는데 5분만 더 있자고 계속 조르는 모습이 귀여웠다. 오래 함께할 수 있으면 엄마도 땡큐지!
도서관, 공연장, 목욕탕 등 어느 것 하나에 몰입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에 있는 건 큰 행복이다. ‘그것 외엔 할 게 없는’ 환경에서 오로지 특정한 일에만 집중할 수 있거나 멍 때릴 수 있다는 건 현대사회에서 누리기 힘든 특별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뜨끈한 물에 몸을 담그고 천장을 바라보니 물이 일렁이는 게 비췄다. 물결을 가만히 바라보며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시간이 정말 좋았다. 물속에서 마치 보노보노가 된 것 마냥 기대 누워서 안온함과 노곤노곤함을 충분히 느꼈다. 멀리 가지 않아도 즐길 수 있는 진정한 힐링이었다.
무엇보다 정글북의 모글리처럼 어떤 환경에서도 잘 적응해서 노는 지윤이가 고마웠다. 목욕의 맛을 알게 된 그녀와 주말마다 목욕탕 데이트를 즐겨야겠다. 목욕 후 마시는 바나나맛 우유도 알려줘야지. 목욕탕에 함께 갈 친구 같은 딸이 있어서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