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일상과 즐거운 일탈

고민과 감사가 공존하는 2월 첫날의 이야기

by 이수댁

희망찬 기운을 가득 담아 시작한 1월은 쏜살같이 흘러 2월의 첫날에 다다랐다.

한달이 지나가는 속도를 보며 이대로 지나간다면 한 해를 시작한지 얼마 안되어 눈 깜짝할 새에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정말 그렇게 된다고 느낀지는 올해가 세번째인 것 같다.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을 어찌하면 좋을까?

그렇게 나는 이십대의 끝자락에 이르렀고, 덤덤하게 받아들이리라 마음 먹어도 불현듯 불안감이 밀려들 때가 있다.


나는 어디로 흘러가고 있을까?
이렇게 가도 괜찮은걸까?

세상이 알아주는 유명한 사람이 되거나 남들이 보기에 대단히 멋진 사람이 되고 싶은 욕심은 없다.

그러니까 내가 생각하는 잘 사는 인생이란,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하는 것이 아니다.


세상의 틀에 맞추기 보다 말랑말랑한 머리와 촉촉한 마음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세상을 경험하고 싶다.

한 분야에서만 일하고, 다른 관점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접할 기회가 줄어든다면 머리와 마음이 딱딱하게 굳을 것이다. 자꾸 움직여주고, 풀어주면서 말랑말랑하게 유지하는게 필요하다.




인생의 고민들은 늘 존재하지만, 내가 보내는 하루의 곳곳에는 여전히 감사하고 행복한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

그런 것들은 신기하게도 늘 너무도 단순하고, 소소하다. 점심에 먹은 옛날왕돈까스와 쫄면처럼!


어렸을 때 돈까스는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이었다.

용돈을 모아 친구들과 함께 시내에 놀러가거나, 가족들과 외식을 할때 제일 맛있는 음식으로 배불러도 남기지 않고 다 먹었곤 했었다.


회사 근처에 옛날 돈까스집에서 어렸을 때 먹던 것처럼 별다른 재료가 들어있지 않은 수프와 캐첩을 소스로 비벼먹는 샐러드가 함께 나오는 돈까스는 그래서 더욱 반가웠다.


음식도 향기처럼 특정한 장소와 시간 속으로 끌어들이는 힘이 있는 것 같다. 어렸을 때 이야기를 하며 냠냠 맛있는 점심을 먹었으니 말이다.


맛있는 음식 앞에서 우리는 인생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는 진리를 깨닫곤 한다.




퇴근을 한 시간 앞두고 전화가 왔다. 다음주 주말에 만나기로 한 동생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

"언니이이이이이이~ 어쩌다보니 약속한 날에 모이기로 한 친구들 같이 있는데 언니도 올 수 있어요?"


반가운 마음에 당장이라도 가고 싶었지만 저녁에 할 일이 생각나서 약속한 날에 꼭 보자고 얘기했다.

그런데 전화기 너머로 시끌시끌 북적이던 소리가 자꾸만 그리워지는거 아닌가?


아, 신나게 놀고싶다!


보고싶었던 사람들의 얼굴을 보고, 별거 아닌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나누는 시간이 그리웠다.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서 크게 웃고 떠들고 싶어 자꾸만 아쉬운 마음이 남았다.


그래서 저녁에 중국어 수업에 모인 사람들을 보자마자 "저 오늘 너무 놀고싶어요!!" 얘기했더니, 따꺼(큰형님)가 "좋지~"라고 대답하면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다 "선생님하고 같이 노래방 가자!!"라고 의견이 모아졌다.


선생님께서도 중국어 노래를 부르며 중국문화를 배우자며 "OK!"하셨다.

그렇게 우리는 번개처럼 노래 연습장에 가게 되었다.

노래방에 가는 것도 오랜만이지만, 중국어 노래를 부르는 것은 더욱 신선한 경험이었다.

내 18번은 에코의 '행복한 나를'로 옛날 노래인데, 중국어 노래는 고등학생 때 배운 노래로 거슬러 올라갔다.


첨밀밀, 월량대표아적심처럼 옛날 감성 뚝뚝 묻어나는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이 부르는 중국 노래를 듣는 것도 좋았다.

다들 중국 노래를 잘하는 걸 보니 나도 관심을 갖고 연습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익숙한 수업 방식에서 벗어나 중국어를 새롭게 인식할 수 있는 재밌는 시간이었다.

역시, 노래와 춤은 인생을 더욱 즐겁게 만들어주는게 확실하다.



노래방에서 목이 쉬어라 노래를 부른 우리는 카페에서 따뜻한 차 한잔을 마셨다.

노래 불렀더니 배고프다고 하니까 "친구가 배고프다는데 케이크 하나 못 사주겠어?"라며 디저트 사주는 친구가 있어서 좋았다. (훌륭하다, 내친구! 차는 내가 샀으니, 디저트는 너가 사라! ^^)


딸기 시즌에는 카페 음료와 디저트에 모두 머리핀처럼 다소곳하게 딸기를 꽂아놓는다.

딸기를 좋아해서 이렇게 딸기가 들어간 차와 케이크를 먹는 달달한 시간이 정말이지 행복했다.


그렇지만 뒤돌아서 생각해보니 그런 달달한 시간을 만들어준 친구가 있어서 참 좋구나, 느꼈다.

회사에서 만난 동료이자, 많은 것을 공유하는 친구가 되어줘서 고맙다!


친구는 나를 비추는 거울이자, 마음까지 따뜻하게 채워주는 달달한 디저트 같다.




하루를 가득 채워주는 소소한 행복들에 서른즈음의 고민은 한대 퍽하고 맞고 돌아간 듯한 밤이다.

가는 시간 붙잡지 말고, 오는 시간 막지 말고... 이대로도 괜찮으니 내 자신을 믿고 시간에 몸을 맡겨 흘러가보자.

keyword
작가의 이전글‘미쓰안(Ms.An)’ 말고 ‘두리안’ 된 사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