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흥동 독립서점/여행카페 '도시여행자'

대전 로맨스를 실천하는 부부의 공간

by 이수댁

설 연휴 기간 3박 4일간 대전에 머물면서 3일을 꼬박 들른 카페이자 독립서점이 있어요.

바로 대흥동의 '도시여행자' 여행카페입니다.

혹시 대표님이시냐고 여쭤봤더니 그러시대요. 궁금한게 있냐고 물어보셨는데 없다고 했어요. 대답한 지 얼마 안되서 이내 궁금한 것들이 소떼처럼 몰려왔어요. 서점에 진열한 책은 누가 / 어떤 기준으로 선택하는지, 책방 운영은 얼마나 하셨는지 등등...


책방을 연지는 8년차이고, 대전에 독립서점이 11개 있다고 해요. 동네책방을 좋아하는데 이번에 처음 오게 되었다고 하니까 브랜딩이 잘 안되서 그런 것 같다고 말씀하셨어요.


아니예요. 제가 대전에 오면 가족들하고 집에서 시간 보낸다고 집순이 하거든요. 명절이라 평소보다 여유 시간이 있어서 찾아오게 되었답니다.

책, 음악, 커피, 알바생까지 모두 퍼즐처럼 공간에 잘 맞는 느낌이 들었어요. 꿀보이스 알바생 목소리를 다시 한번 들으러 책방을 찾는 손님들이 늘고 있다는 이야기도 재밌었지만, 대표님께서 지도를 펼치고 들려주시는 대흥동 이야기도 흥미로웠어요.


대표님과 이야기 시작한지 얼마 안되서 사회적 경제에 관심이 있으신가 보라고 단번에 파악하셨어요. 왠지 정체를 들킨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같은 분야에 관심을 갖고 다른 형식으로 일하시는 분을 만나뵈니까 반가운 마음이 컸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공통으로 아는 사람도 여럿이고, 사회적경제, 지역사회, 공동체, 동네, 독립서점, 책, 커피, 사회공헌 등 비슷한 관심사가 많았어요. 그래서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를 재미있게 나눴어요.


대표님은 좋아하는 '축구'를 주제로 여행을 하고,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기 위해 여러가지 구상중이신 것 같아요.

아내와 함께 여행한 사진으로 달달하게 꾸며진 2층 카페를 보니 부부가 참 멋지게 사는구나,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1층에서 책을 판매하기도 하지만, 2층에 있는 책은 대여도 가능하다고 하셔서 한권 빌려왔어요. 조만간 서점을 확장하고, 도서관도 활성화 할 예정이신 것 같은데 대전에 올때 자주 들를게요.


도시여행자 서점에 방문했을 때 인상깊게 다가왔던 영수증 속 '서점일기'와 '오늘의 텍스트'를 공유하며 이번 글을 마칩니다.


* 서점일기

동네마다 지적 대화를 나눌만한 공간이 여럿 있었으면 좋겠다. 삶의 일부를 가치로 표현하고 나누는 이들이 많아지기를 바라. 대흥동의 작은 사랑방으로, 서재로 가닿기를 (라가찌)


* 오늘의 텍스트

"바보 같은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가끔 이런 생각이 들어요. 850년 전 개암나무 그늘 아래서 낮잠을 자다 개암 한 알이 이마에 톡 떨어져 그만 잠에서 깨어났는데, 그때 알았다고요. 먼 먼 훗날, 내가 당신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오래 어두워질거라는 사실을요. 실제로 당신을 만나고 퍽 좋았던 나는 어찌할 도리 없어, 흙 속에 두 손을 깊이 넣었던 것 같아요. 열 개의 손톱에 흙이 촘촘히 박히고, 축축하고 부드러운 흙냄새가 손가락 사이사이를 파고들고요. 흙은 손을 부드럽게 덮어주었고, 그게 내 사랑의 뿌리가 되었지요. 나는 주저앉은 채로 자랐고, 기어코 초록이 되었고, 꽃도 피웠지요."

<소란> 박연준, 북노마드, 20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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