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민 피아노 리사이틀 @금호아트홀 연세
3월의 첫날 아침,
어제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열린 송영민 피아니스트의 독주회 여운이 아직 남아있다.
드뷔시의 아라베스크, 베토벤 소나타, 리스트의 원곡에 피아니스트 아르카디 볼로도스가 편곡을 더한 헝가리 랩소디, 그리고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까지... 참, 앵콜곡으로 영화 ‘그것만의 내세상’에 나온 가율의 젓가락 행진곡도 들려주셨다.
혼자 있는 시간에 음악을 많이 듣는 편인데, 직접 연주회에 찾아가면 연주자의 에너지까지 음악에 실려 그대로 전달되는 것 같다. 그래서 감동이 오래 지속되나보다.
친구는 휴일(삼일절)을 앞두고 이렇게 연주회에 와서 너무 좋다고 기뻐했다. 요즘 한달에 두번 정도 토요일에도 근무해서 내일은 푹 쉴거라고 했다.
- “심장박동이... 안정적으로 되었어.”
멋진 무대를 보고 심장박동이 빨라졌다고 이야기할 줄 알았는데 차분해졌다는 반전에 같이 웃었다.
- “나도 그래. 다음날 쉬니까 편안한 마음으로 즐길 수 있어서 진짜 좋다.”
우리는 중학생 때부터 러시아와 독일에서 18년 동안 음악 실력을 갈고 닦은 송영민 피아니스트님이 고생 많으셨겠다는 이야기도 나눴다.
역경과 인내는 예술가의 작품에 그대로 녹아나는 것 같고,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자양분이 되는 것 같다고...
예술가 뿐만 아니라 우리도 마찬가지 아닐까...?
때로는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나타나고, 그 안에서 내가 이 길을 계속 가야하는지 스스로에게 수없이 물어볼 때도 있지만... 뒤돌아보면 역경을 견뎌낸 시간은 자신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주고, 또 다른 시련도 잘 헤쳐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주는 것 같다.
연주회를 가는 길에 비가 내리고 스산한 바람이 불어서 온몸이 오들오들 떨렸다. 그러나 감미로운 연주를 듣고 나니 몸과 마음의 긴장도 툭 풀리고, 마음이 몰랑몰랑 갓 나온 빵처럼 따뜻해졌다. 마침 비도 조금 잦아들고 휴일 전날에 딱 어울리는 가벼운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다.
그리고 아침까지 이어진 감동으로 무소르그스키 전람회의 그림과 차이코프스키의 둠카를 듣고 있다.
유난히 춥고, 길었던 이번 겨울에 길 위에 자신의 모든 것을 떨군 채 추위를 견뎌낸 단단한 나무들이 떠오르는 음악이다. 조금은 쓸쓸하고, 얼어붙은 강처럼 고요해도 물 밑에서 도도하게 헤엄치는 물고기처럼 여전히 생동감 있고 때로는 명랑하다.
시나브로 3월, 봄의 계절이다.
겨우내 움츠려있던 몸에 기지개를 켜고 활짝 피어날 수 있기를 희망하며 봄맞이 대청소를 하며 휴일을 보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