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부탁드립니다, 정의를!

[정의를 부탁해]를 읽고

by 이수댁
'정의가 이기는 게 아니다. 이기는 게 정의다.' 이 지랄 같은 상식을 깨는 건 슈퍼 히어로 한두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저마다 서 있는 자리에서 한 걸음씩 나아가면서 같은 세상을 꿈꾸는 이들의 어깨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우린 결국 서로에게 정의를 부탁하는 존재다.


권석천 작가의 책 '정의를 부탁해' 에필로그에 담긴 내용이다. 제목의 뜻을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사회를 구성하는 개개인이 정의란 무엇인지 알고, 목소리를 낼때 비로소 정의를 실현할 수 있다.

권석천 작가는 글 쓰는 일이 업인 기자다. 1990년 경향일보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하여 2007년 중앙일보에 입사해 법조팀장, 논설위원 등을 지냈다. 2016년부터 JTBC 보도국 국장으로 지내고있다.

서울대에서 법학을 전공했지만 법에 큰 애착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법의 울타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법조 분야를 담당하며 일련의 사건들을 접한 경험과 권력의 생리, 검찰의 기능, 사법의 역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칼럼을 쓰게 되었다. 사건들을 더 깊게,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면서 정의를 생각하기 되었다. 그 칼럼을 묶은 것이 이 책이다.

2015년에 나온 책이어서 시의성이 떨어지지 않을까 생각한 것은 기우였다. 현재는 과거의 총합이다. 오히려 3년 가까이 지난 시점에서 아직도 해결되지 못한 채 갈등으로 남아있는 사회적, 정치적 이슈들이 참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칼럼을 읽으면서 정확히 알지 못하고 지나온 이슈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한편으로 부끄러운 마음도 많이 들었다. 나는 사회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가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는 시민인지? 갈 길이 멀게만 느껴졌다. 사회적 현안에 대해 좀더 관심을 갖고, 이를 해석하는 나만의 관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나만 문제 없이 살면 되는거 아닌가 안일하게 생각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결국에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와 사회의 영향을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사회 이슈에 대해 날을 세우고 파고들고, 정리해서 독자들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칼럼을 쓴 저자가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특히나 사회 이슈를 다루는 글들이 건조하고, 어렵다고 느끼던 나에게 탁월한 글솜씨로 일상과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작가의 글을 재미있게, 때로는 씁쓸한 감정을 느끼며 읽은 만큼 칼럼 한편씩 통째로 필사해봐야겠다. 사회 이슈에 대한 글을 쓰라면 손이 얼어 붙곤 했는데 작가의 칼럼 쓰기 방식을 익히면 조금 더 쉽게 글쓰기에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김훈 작가의 '칼럼은 편견이다.'라는 말을 위안 삼아 꼭 정답이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덜고, 어디까지나 진실하게 생각을 담자고 다짐하며 칼럼을 쓴 권석천 작가를 떠올려 본다. 반의 반이라도 닮고 싶다고 소망하며...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우리, 결혼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