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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댁 Aug 22. 2018

포토에세이_여행이 내게 말해준 것들

정여울 작가와 함께하는 동유럽 글쓰기 여행

성 비투스 대성당 앞에서 그림 그리는 소녀

세렌디피티! 뜻밖의 새로운 발견, 우연한 행운이란 뜻이다.

여행을 하다보면 세렌디피티의 순간을 마주치게 된다. 모든 일에 인과 연이 있듯이 어디선가 넝쿨째 굴러온 듯한 행운을 발견하는 순간에도 사실은 이유가 존재한다.

우리 모두에게는 평소에 표출하지 못하지만 여러가지 내재된 욕망과 감정들이 있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는 이러한 것들이 식은 커피잔 아래 가라앉은 설탕처럼 남아있다.

여행을 하다보면 새로운 자극들이 끊임없이 들어온다. 목적지로 가는 길에 발견한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장소, 평소 눈치채지 못한 나만의 특성을 새로이 발견하게 된다. 그간 모른채 지나온 감정들이 티스푼으로 휘저은 듯 소용돌이 치며 올라오기도 한다.

또한 여행을 할 때는 나도 모르게 마음을 활짝 열게 된다. 여행 중에 만난 사람들과는 예기치 못하게 속깊은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매일 함께하는 직장 동료들과는 나누지 못한, 진짜 나의 이야기를. 그렇게 모르던 사람들과 친구가 된다.


자기 자신과 대화를 나누며 사색하는 시간도 은근히 많다. 이동하는 차 안에서 풍경을 바라보며, 시차 부적응으로 깨어난 새벽에도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다. 스스로와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세렌디피티는 알아보는 것이다. 알아보지 못하면 흘러간다. 한 방향으로만 바라보느라 놓쳐온 것들을 다른 시간과 장소를 걸으며 발견하는 것이다. 꼭 쥐고 있던 마음의 긴장을 풀고 눈을 돌리니 비로소 보이는 것이다.

동유럽 여행을 하면서 알록달록한 건물 색상이 예뻐 그림을 그리고 싶다. 노란색, 연두색, 분홍색... 이전의 나라면 컬러링 북을 칠할 때 건물 색은 회색이나 갈색을 택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제는 망설이지 않고 원하는 색을 고를 수 있을 것 같다.


한 편의 동화책을 보는 듯한 집은 다양하게 꾸며져있다. 문 위에 걸린 표지판은 그림으로 그려져 언어를 알지 못해도 금새 이해할 수 있다. 테라스와 창문 위로 예쁘게 꾸며둔 꽃들에게도 마음이 간다. 그것들은 마치 내게 지금보다 더 마음을 열고 세상을 바라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여행을 하면서 지금까지는 선뜻 고르지 못한 색상의 물감을 풀어보라고...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는 날에는 꽃들에 물을 주는 여유를 가져보라고... 마음의 창을 활짝 열어놓고 꽃들을 내다두어 그 위로 바람이 지나가고, 햇살이 내려오고, 꿀벌이 날아드는 풍경을 바라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지금껏 알아 오던 것보다 세상이 더 아름다울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세렌디피티! 걸어둔 자물쇠를 풀어 내던져 본다. 10시간도 넘게 날아온 이곳에서는 길을 잃어도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더 많은 행복한 우연들과 마주치길 기대하며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겨 본다. 때로는 멈추어 보기도 한다. 나에게 말을 거는 것들을 알아채고 그것들을 조금 더 깊게 바라보기 위해서, 조금 더 귀 기울여 듣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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