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이런 날도 있다.
엄마야~!!
아침부터 대전에 계시는 엄마를 외치며 일어났다. 시계를 보니 시침이 8시를 향하고 있었다.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 뭐부터 준비하지?
머리 감고, 옷 갈아입고... 그 다음... 가방 챙기고!!
다행히 회사까지 3-40분이면 도착하는 거리라 후다닥 준비하면 지각하지 않겠다 싶었다. 하지만 마음은 두근거렸다. 자칫 잘못하면 늦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초침을 다투며 준비를 마치고 지하철역으로 뛰어갔다.
근처에 있는 초등학생들이 등교하는 시간이었다. 학부모님들이 깃발을 들고 교통안전을 지키기 위해 애쓰시는 풍경을 뒤로 하고 달리고 달렸다.
지하철역 도착!
앗, 줄이 길다. 이 시간에 사람이 많구나!
아직은 졸린 듯한 사람들이 문 앞에 두 줄로 길게 서있었다. 지하철이 도착하자 출근시간에 맞춰 이동해야 하는 사람들은 이미 꽉찬 공간으로 몸을 구겨넣었다.
다들 '튕겨나오지 않을 정도면 타는거지!'라는 다짐을 굳게 하고 있는 듯하다. 지하철 문이 내 앞에서 닫혔다. 하지만 괜찮다! 2호선은 운행 간격이 짧아 금방 도착할터이니!
다음 지하철이 도착했지만 상황은 마찬가지. 내 뒤로 어느새 줄을 길게 이어졌고, 사람들이 밀려들어 어느새 만원 지하철이 되었다.
'아, 모르는 타인과의 거리가 이렇게 가까울 수 있구나.'
손가방을 들고 있던 내 손이 앞에 서 있는 사람의 등에 닿아 있었다. 지하철이 출발하고 멈출 때마다 근육의 움직임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웠다. 사방으로 사람들이 가득차 있으니 쉽사리 손을 내리지도 못하고 어찌하나 싶었다.
출퇴근시간 지옥철을 매일 감당할 자신이 없어 아싸리 새벽 시간에 지하철을 타곤 한다. 6시에서 6시 반 사이에 지하철을 타면 그 때도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이른 시간에 하루를 시작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지만 그 시간에는 운이 좋으면 자리에 앉을 수 있고, 서서 가더라도 공간이 여유롭다.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으면 선릉역까지 눈 깜짝할 사이에 도착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많으니 지하철 한 정거장 멈출 때마다 대기 시간이 더 길게 느껴졌다. 실제로 문이 닫히려다 다시 열리기도 했다. 다른 것에 집중할 수 없으니 심리적으로도 더 길게 느껴진 것 같다.
아우슈비츠에서 침대 하나에 여러명이 세로로 겹쳐 누워서 잠을 자야 하는 상황이 마치 책꽂이에 책을 꽂아놓은 것과 같았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다행스럽게도 강남역에서 사람들이 물 밀듯이 빠져서 한숨 돌렸다. 지하철도 제 시간에 도착하기 위해 열심히 달려 선릉역에 도착했다. 강남, 역삼, 선릉, 삼성에서는 사람들이 많이 내리니 그 이후부터는 좀 여유로울 것이다. 지하철역으로 빠져나가는 계단도 사람들로 가득 찼다. 앞 사람의 속도에 맞춰 한 계단, 한 계단 오르다보면 군인들의 행렬이 떠오른다. 뚜각, 뚜각! 사람들의 발소리, 구두와 운동화의 행렬!
지하철역을 빠져나오자마자 버스가 연이어 2대 도착했다. 뒤에 있는 버스를 타고 한 정거장을 이동했다. 아무래도 걷는 것보다 버스가 빠르니 많은 사람들이 타곤 한다.
평소에는 걷지만, 오늘만큼은 버스 찬스를 누렸다. 버스 풍경도 특이한 것이 선릉역 앞에서 출근시간에는 앞, 뒷 문으로 모두 타고 내릴 수 있다. 사람이 많으니까 허용되는데, 원래는 뒷문으로 탑승하면 기사님이 내려서 다시 타라고 화를 내실 수도 있다.
버스에서 내려서 사람들이 많지 않은 특급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무실에 도착했다.
8:50am.
휴우, 10분 전 도착! 숨 가빴던 출근길, 늦지 않아 다행이다.
오늘밤에는 충전기가 잘 연결 되었는지 다시 한번 확인하고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