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소울푸드, 떡볶이이 담긴 추억들
저에게 떡볶이는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인 음식입니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집 근처 지하철역에 도착하니 9시가 다 된 시간... 저녁을 못 먹은 상태라 배고픔이 슬며시 밀려왔습니다. 늦었으니 샐러드를 먹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말입니다, 샐러드 가게에 도착해서 보니 9시에 문을 닫네요! (띠로리~) 직원들이 바닥에 물을 뿌리며 청소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아쉽지만 발걸음을 돌릴 수 밖에요...
그때 혜성처럼 마음속에 날아든 음식이 있었으니... 바로 떡볶이 였습니다!
장마, 태풍 시기에 내리지 않던 비가 한번에 몰려온 듯 폭우가 내린 이번주 내내 떠오른 음식이기도 했어요. 집에 가는 길에 떡볶이 카페가 열려 있으면 들르기로 작전을 변경했습니다.
아~~~열려 있네요. (박수 짝짝짝!!!)
금요일 밤이지만 카페는 비교적 한산했습니다. 가족으로 보이는 세 명의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누며 빙수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어요. 저도 떡볶이를 주문하고 기다렸습니다.
혼자였지만 외롭지 않았어요. 의자 근처에 인형 얼굴이 놓여 있었기 때문인데요. 인형들을 들어 제 앞자리에 앉혔습니다. 표정이 다양한 친구들이라 대화를 나누는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아~ 떡볶이 언제 나와!?
조금만 기다려봐~~
자, 아~~~~!
표정이 그럴싸하죠? ^^
이 집 떡볶이를 처음 먹은 건 열흘 전 동유럽 여행에 다녀왔을 때 입니다. 여행할 때 현지 음식도 잘 먹는 편이지만, 계속 빵과 튀긴 음식을 먹다보니 문득 문득 한식이 그리웠습니다. 한국에서 먹는 양식은 한국인 입맛에 맞춰서 그런지 현지에서 맛본 음식은 조금씩 짜고, 느끼했어요. 그때 가장 많이 떠오른 음식이 떡볶이였습니다.
인천공항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먹겠노라고 다짐했어요. 그리고 집 근처에 새로 생긴 카페에서 떡볶이를 판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큰 캐리어와 짐을 한 보따리 들고 낑낑대며 들어갔습니다. 해외여행 다녀왔는데 떡볶이가 너무 먹고 싶었다고 하니까 사장님께서 환하게 웃으시며 접시 한가득 빨간 떡볶이를 만들어주셨습니다. 그 위에 얇게 썬 양배추를 쌓아올려주셔서 더욱 군침이 돌았어요! 매콤달콤한 양념에 버무린 쫀득쫀득한 떡을 한입 베어 무니 참 행복했습니다. 매울 때는 양배추를 아삭아삭 씹으며 매운맛을 달랬고요. 딱 보기에도 2인분 같았지만 2인분 같은 1인분으로 한 그릇 뚝딱 비워냈습니다.
떡볶이를 이토록 좋아하는 건 쫀득한 떡 한 입에 그리움의 정서가 가득 베어있기 때문입니다.
초등학생 때 학교 앞 떡볶이집에서는 300원이면 맛있는 떡볶이를 종이컵 가득 담아 먹을 수 있었어요. 500원어치 사 먹은 날은 럭셔리하게 돈을 쓴 날이었습니다. 2~300원으로 친구에게 맛있는 거 쏜 티를 팍팍 낼 수 있는 그 기분 아시는지요? 생일 때 엄마께 용돈 5,000원을 받으면 친구들이 열댓명이 모여도 부족함 없이 나눠 먹을 수 있었습니다.
중학생 때는 학교 앞에 ‘아지트’라는 떡볶이 집이 있었어요. 집에 가는 길에 빼먹지 않고 들러서 저와 친구들의 진짜 ‘아지트’가 되었습니다. 떡볶이에 오징어, 새우, 고구마 튀김과 군만두 등을 버무려서 먹으면 진짜 맛있었어요! 졸업 후에도 학교를 찾아갈 때면 꼭 들르곤했어요.
고등학생 때는 떡반이라고 먹고 싶은 친구들을 모아서 주문하면 배달되는 떡볶이가 있었습니다. 야자 시간에 가끔 시켜서 먹기도 했는데 이제 모두 추억 거리가 되었네요.
이렇듯 ‘사무치는 그리움’이라는 양념이 있어 서른이 다 되어가도 떡볶이가 가장 좋은가 봅니다. 늦은 시간인데도 그만 다 먹어버리고 말았네요! 다이어트는 개나 줘버려야 할 것 같아요. 괜찮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