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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 후 발견한 소소한 변화

시간이 지나면 즐겨입는 옷도 달라진다.

by 이수댁
언니와 함께 쇼핑한 정장 바지와 트레이닝복


유난히도 무더웠던 여름,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해내리!’라고 수차례 다짐하며 일하셨다는 어머니. 보너스로 상품권을 받고 가족들에게 자랑스러운 마음으로 선물해주셨다. 엄마의 피땀눈물이 벤 선물이라는 걸 알기에 감사한 마음을 가득 표현했다. 상품권으로 언니와 함께 각자 사고 싶은 옷을 골랐다. 가족들 추석 선물도 미리 준비했다. 평소 고마운 마음을 다시 한번 되새기는 시간이었다. 가을이 느껴지는 베이지색 바지를 샀는데, 어떤 옷과 코디해서 입을까 하는 생각에 벌써부터 설렌다.


교복치마를 입어야 했던 시절을 지나 대학생이 되었을 때 나는 바지를 즐겨 입었다. 청바지, 면바지가 기본이고, 치마는 언니 것을 빌려 입었다. 직접 치마를 산 적도 있겠지만 잘 기억나지 않는다. (정말 산 적이 있는거겠지...?) 과거 프로필 사진을 보면 중요한 날엔 언니의 옷을 입고 있다. 예쁜 옷을 입고 찍은 사진은 죄다 언니의 원피스인 것이다. 쇼핑 후 언니랑 옛날 사진을 보다가 이 같은 사실을 발견하고 웃음이 터졌다.

본격적으로 내 옷을 사기 시작한 건 회사를 다니면서부터다. 처음에는 엄마와 언니의 도움을 받아 ‘출근할 때 입는 옷’을 사기 시작했다. 내 눈에는 맨투맨과 후드티가 더 예뻐보였다. 하지만 블라우스와 치마, 원피스로 옷장이 조금씩 채워지기 시작했다. 사실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다. 쇼핑을 할 때면 후드티에 눈이 가고, 괜히 만지작 거리곤 한다. 그러나 막상 사진 않는다.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것이다. 대신, 회사에 입고 갈 옷을 고른다. 그래야 활용도가 더 높으니까.

요즘은 다시 바지를 즐겨입기 시작했다. 첼로 연습을 할때 치마보다 바지가 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바꿔가며 입을 만한 바지가 몇개 없다. 어쩌다 내 옷장에 바지보다 치마가 더 많아졌는지 돌아보게 된 이유다. 엄마께서 미리 추석선물로 가족들에게 상품권을 주셨을 때 가장 먼저 필요하다고 머릿속에 떠올린 것도 정장 바지였다. 이제는 치마와 바지를 두루 입는 내가 된 것이다. 나쁘지 않은 변화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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