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웠던 만큼, 더
눈, 코, 입, 머릿결까지 반짝반짝 빛나 보이던 동네언니 1호. 사랑을 시작한 사람들은 다 그렇게 티가 나는가 봐요. 음료 주문하고 있는데, 핸드폰 보고 웃고 있길래... 멀리서 찰칵! #사랑에 빠진 언니
연애하는 사람은 꼭 티가 난다.
눈, 코, 입, 심지어 머릿결까지 빛난다. 찰랑, 행복해하는 모습을 바라보자니 내 기분도 덩달아 좋아졌다.
신기하다. 우리가 앉은 테이블 위로 주문한 저녁 식사가 도착했을 때 느꼈다. 사진을 찍어서 냉큼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보내는데 직감으로 알아차렸다.
- “언니, 남자 친구 생겼어요?”
언니는 내게 이토록 잘 맞는 사람을 만난 게 신기하고, 함께할 수 있어 감사하고, 앞으로가 기대된다고 했다. 서른이 넘어서 사람 만나는 게 참 쉽지 않다고 느꼈는데, 어려웠던 만큼 기쁨이 더 크다고 말이다. 좋은 마음으로 가득 차 있다 보니 수분을 한껏 머금은 꽃처럼 생기 넘치는 모습이었다.
현재 만나는 사람과 식성도, 취미도 비슷하고 대화가 잘 통한다고 했다. 긍정적인 사람인 점도 마음에 든다고. 그러나 더 중요한 건 마음, 즉 연애를 하는 태도의 변화였다. 예전에는 사랑받는 건 당연하고,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랑을 받을까 고민했다면 지금은 내가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생각한다는 것이다.
‘내가 이렇게 못되게 행동해도 날 사랑할 수 있어?’라는 마음으로 상대방을 시험하고, 나한테 아무리 잘해줘도 늘 바라는 것은 점점 더 커져갔다고 한다. 그런데 남자 친구가 한없이 잘해줘도 마음 한 구석이 늘 불안했단다. ‘언젠가 날 떠나겠지...’라는 마음이 늘 있었던 걸까...
하지만 지금의 연애는 마음이 평온하고, 왜 그동안 이런 행복을 모르고 살았나 싶을 정도로 소소한 것이 감사하다고 했다. 오래 만난 누군가와 이별하고, 중간에 잠시 상극인 사람도 만나보고, 혼자 지내보기도 하면서 언니의 마음이 부쩍 성숙해진 것이다. 비슷한 상황에서도 상대를 더 이해하게 되고, 오히려 자신의 마음을 먼저 돌아보고 조절하면서 성숙한 만남을 이어가는 것으로 보였다.
무조건적으로 날 사랑해줄 수 있는 사람은 부모님 밖에 없으니 좋은 사랑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언니는 강조했다. 그렇다. 영화 <완벽한 타인>처럼 아무리 가까운 사이가 되더라도 우리는 영원한 타인이다. 언제라도, 누구와도 연애를 시작할 수 있겠지만 오래도록 사랑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노력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나에게 얼마나 잘해주느냐가 아니다. 본질은 서로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고, 존재에 감사하는 것이다. 혼자여도 괜찮지만, 함께여서 더 즐거운 것이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상대가 내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기 보다, 나도 잘 모르는 내 마음에 귀 기울이고, 파악하는 것이 먼저다. 그렇게 내 마음에 여유를 갖고 상대방의 부족한 2%를 챙겨주면서 지낸다면 더할 나위 없는 연인관계가 되지 않을까...?
사랑받는 게 당연하고, 익숙했던 소녀들은 이제 주는 사랑의 기쁨을 조금씩 알아가는 성숙한 숙녀가 다 되어 있었다.
누군가 내게 물었다. 사랑을 시작하는 것과 유지하는 것 중에 어떤 게 더 어렵냐고. 몇 개월 전의 나는 사랑을 시작하는 것이 더 어렵다고 생각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나에게 관심이 없고, 나를 좋아하는 사람은 내가 관심이 없고... 두 사람이 서로를 좋아하는 타이밍이 맞는다는 게 너무 어렵지 않으냐고.
하지만 다시 한번 내가 물어본다면, 좋은 사랑을 오래 유지하는 게 더 어렵다고 답하고 싶다. 어쩌면 사람과의 만남은 내 의지보다 인연의 힘도 있지 않나 싶다. 만날 사람이면 자연스럽게 만나게 된다. 하지만 그 사랑이 얼마나 내 곁에 머무는지는 우리의 마음과 태도에 달렸다. 그래서 더 쉽기도 하지만, 이 사실을 깨닫기 전까지는 너무 어려운 게 사실이다. 또한, 안다고 해서 백 프로 실천할 수 있는 것도 아닐 테니 늘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같은 동네에 사는 우리는 집으로 가는 길이 너무나도 익숙하지만, 마치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동네 풍경을 바라보며 걷기로 했다. 우리의 사랑도 변함없이 같은 자리를 지켜 언제나 드나들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지 떠나갈 수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그리하여 특별함이 없는 하루 일지라도, 아무 일 없는 하루가,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감사하다는 것을 마음속 깊이 새기고, 또 새기면서 집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