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 모르게 느껴지는 행복
바로, '도서관 가기'이다.
라디오를 듣는데 한 게스트가 본인은 도서관, 박물관 등 무료로 개방된 시설에 가는 걸 좋아한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그동안 왜 공공시설이 주는 혜택을 잊고 지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관심을 갖고 찾아보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 후로 종종 도서관을 찾는다. 마침 걸어서 20분 정도 되는 거리에 시설 좋은 도서관을 하나 찾았다. 4층 종합자료실은 천장이 높고, 바깥 풍경도 멋지다. 길 건너에 사당이 있어 창 밖으로 키 큰 나무들이 보인다. 아직은 날씨가 추워 온통 메마른 갈색뿐이지만, 봄이 되면 싱그러운 녹색으로 채워질 것 같아 벌써부터 설렌다.
사실 도서관에 오면서 즐거운 것들이 부가적으로 많다. 내가 사는 동네에서 고개를 넘어 걸어오는 산책 시간이 좋다. 한적한 이차선 도로를 따라 바람을 맞으며 걷는 것이 좋다.
주변 식당과 디저트 집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사실 도서관으로 걸어오는 내 머릿속에는 근처 맛있는 빵집이 70%는 차지하고 있다. 페스추리가 유명한 빵집으로 하나씩 맛보는 재미가 있다. ‘지난번에는 에그타르트를 맛보았는데, 이번에는 크로와상을 사볼까?' 그러다가 점심은 밥을 먹었다. 아침에도 식빵 한 조각을 먹었기 때문이다.
회사에서의 생활 습관에 길들여진 나는 12시 땡! 하고 점심을 먹으러 나왔다. 주변 산책을 하며 동네를 돌아보니 남성역이 가까웠고, 맛집이 있을 듯 말 듯 곳곳에 드문드문 보였다. 간소하게 먹을 수 있는 일본 가정식 식당에 들어가 부타동을 한 그릇 주문했다. 배가 고팠고, 밥이 먹고 싶었던 나는 간장소스가 들어간 돼지고기 덮밥에 계란을 추가해서 맛있게 먹었다.
도서관으로 돌아오는 길에 연보라색 문이 눈에 띄어 살펴보니 마카롱, 수제 과자를 파는 디저트 가게였다. 차 한잔 사 들고 갈 수 있을까 했는데 음료값이 생각보다 저렴해서 기분이 좋았다. 레몬 진저 티를 한 잔 주문한 뒤 마카롱과 타르트를 구경했다. 디저트 가게에 와서 맛도 안 보면 예의가 아니지 싶어 우유맛 마카롱을 하나 주문했다. 핑크빛 뚜껑의 차와 뚱뚱한 마카롱을 건네받는데 어찌나 행복하던지. 그게 뭐라고!
미세먼지가 심하다는데 다행히 하늘은 회색이 아닌 파란색이다. 사실 도서관에서 읽고 싶은 책을 찾았을 때 뿌듯함이 느껴질 정도로 기분이 좋다는 걸 말하려고 했는데... 옆으로 새서 먹는 이야기로 다 채운 느낌이 없지 않지만... 결론은 이번 주말에 읽으려던 파스칼 키냐르의 '세상의 모든 아침'을 빌렸다는 것! 도서관에서 내가 원하는 책을 찾고, 대여하는 재미도 꽤나 쏠쏠하다는 것. (쾌감과 뿌듯함이 동시에 느껴진다.)
뭐, 그렇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거창한 이야기를 할 마음은 없었고, 뜻 모르게 느껴지는 행복을 조금 담아보고 싶었다. 어느덧 2월 마지막 주, 마음을 간질이는 봄이 시나브로 다가오고 있음을 느끼며... 2019년 2월 22일의 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