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답답할 땐 서울 밤 산책
2019년 3월 15일 금요일의 지영
오랜만에 한강을 걸었다. 3월 중순이지만 꽃샘추위가 찾아와 아침, 저녁으로 쌀쌀하다. 싸한 냉기가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듯한 기분이 들게도 한다. 그래서 그런지 한강변에도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어둑어둑한 밤? 밤에 대한 편견이다. 서울의 밤은 밝다. 10시가 넘어도 회색빛인 하늘은 지금이 몇 시인지 헷갈리게 한다. 빛 때문이다. 일렁이는 물결, 다리 위의 차 행렬 위로 반짝, 반짝! 오랜만에 미세먼지가 걷힌 하늘 아래 서울타워도 초록불이다.
그물 의자에 누웠다. 누워서 바라보는 높은 하늘은 상대적으로 어두워보였다. 하늘과 나 사이로 나무가 보였다. 아직 메마르고 딱딱해 보이는 나무도 시간이 지날수록 물이 차오르겠지? 만져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 "제일 좋아하는 노래가 뭐야?"
이런 질문을 받으면 알고 있던 것도 생각이 안 난다. 회사에서도 점심 메뉴를 고르라고 하면 평소 먹고 싶었던 것도 까마득히 기억이 안 난다.
- "권진아 목소리 좋아해. 이진아 앨범에서 샘김, 정승환, Chai랑 같이 부른 '우리 시작'도 좋아."
하늘을 보면서 노래를 들었다. 그러다 다른 곡이 하나 더 생각났다. 토이의 'U&I'. 오랜만에 들으니까 좋았는데, 그 노래를 모르는 듯한 친구에게는 그저 빠른 랩으로 들리는 듯했다.
- "나는 파란의 '첫사랑' 노래 좋더라."
풉. 나도 그 노래 좋아하는데. 꾸미지 않고, 담담하게 마음을 전하는 것 같아서 좋아.
노래를 불렀다. 흠, 이런 노래는 따라 부르기도 좋다. 올드해 보일 수도 있지만 그런 올드함마저 좋다. 노래에 편안함이 느껴져서. (그렇다. 나는 이제 30대! 하하.)
지금 생각해보니 이적의 '걱정 말아요 그대'나 아이유의 '밤 편지'도 그날, 그 시간의 분위기와 참 잘 맞았을 것 같다. 그러나 무슨 노래이든, 떠오르는 대로 따라 부르던 그 시간이 참 재미있었다. 알싸한 바람에 조금은 어둡고, 우울했던 마음이 실려나가는 것 같았다.
- "그래. 이렇게 노래하면서 지내야겠다. 혹시 내가 많이 힘들어할 때가 있으면 옆에서 이야기 많이 들어주라."
누군가 온전히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있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나에 대한 믿음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엄청난 힘이 되어준다. 힘들어할 때 "맛있는 거 사줄게. 얼굴 보자."라고 불러내 따뜻하게 바라봐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정말이지 감사한 일이다. 어떤 상황 앞에서도 정체성이 흔들리지 않도록 꼭 잡아주니까...
다음에 한강에 오면 뜨끈한 사발면을 먹기로 했다. 자전거를 타면서 주변을 산책해도 참 좋을 것 같다. 오랜만에 한강에 와서 바람을 쐬니까 가슴이 뻥 뚫렸다. 빛공해 때문이지 하늘은 여전히 회색빛이어서 밤인지, 낮인지 구분이 안 갔다. 더 놀고 싶은 내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기도 했다. 집에 가기 싫은 밤, 나랑 놀아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