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은 짧아요.

꽃을 보니 봄이 걸어왔다.

by 이수댁
"벚꽃은 짧아요."

점심시간, 동료들과 수다를 떨며 밥을 먹다가 이 문장이 나왔다.
"오~ 그 문장 괜찮은데? 이 문장을 시작으로 글을 써보는 거야."
스치듯 나눈 이야기인데, 기특하게도 그 한마디가 기억에 남아 모닝 페이지에 담고자 한다.



- "벚꽃은 짧아요." 그가 말했다.
- "매년 반복되는 벚꽃, 봄캐럴... 지겹지 않아요? 어차피 질 텐데..." 내가 말했다.

눈이 녹아내린다. 벚꽃이 떨어진다. 땀이 흐른다. 낙엽이 흩날린다.
지나가는 모든 것에 마음을 내어줄 필요가 있을까?


*


4월 초 저녁 우리는 함께 여의도 윤중로를 걸었다. 아직 벚꽃이 피기 전이었다. 하지만 거리는 온통 축제 분위기였다. 이제 한강에서 돗자리 문화는 한물갔다. 텐트를 대여해 그 안에 들어가 맥주를 마시는 대학생들이 보인다. 뭐 그리 신이 날까? 재잘거리다 깔깔깔 터지며 떠들썩하다. 과잠을 맞춰입고, 텐트 앞에는 맥주캔이 줄지어 놓았다. 해맑은 웃음이 달빛에 부서졌다.


- "저 때로 돌아가고 싶어요?" 그가 물었다.
- "좋을 때죠~ 절로 부럽네요. 하지만 저땐 불투명한 미래가 불안했던 것 같아요."
- "그만큼 가능성이 많은 시기이기도 했죠.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방향을 바꿀 수 있는..."
- "맞아요. 그래도 지금이 좋아요. 다 지나온 시절인걸요. 그래도 부럽네. 좋을 때다~"


*


벚꽃 대신 사람 구경이었다. 거리에는 사람들이 둥글게 모여 공연을 구경하고 있었다. 저글링 퍼포머, 버블 퍼포머 등 자기만의 분야에서 10년 이상 노력한 사람들이 관중을 휘어잡고 있다. 특히나 아이들은 반짝이는 눈으로 바라보다 까르르 웃음을 터트리고,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앞사람의 머리에 가려 전체가 보이지 않아도, 그들이 높이 치켜든 스마트폰 화면으로 생중계를 보기도 했다. 사람들의 발걸음을 머물게 하는 매력과 능력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 "매년 반복되는 봄꽃 페스티벌이지만, 와보니 좋네요."
- "몇 주 전에 한강에 왔을 때는 추운 날씨에 사람이 없었어요. 큰 소리로 노래를 부를 정도로요. 오늘은 또 느낌이 다르네요."
- "꽃이 사람들의 마음을 열어주는 것 같아요. 4월이어도 저녁 날씨는 쌀쌀한데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 걸 보면."
- "며칠 뒤면 벚꽃이 다 필 거예요. 이맘 때면 하루가 다르게 꽃이 피죠. 출근할 때마다 깜짝 놀라요. 매일 똑같은 하루가 반복되는 것 같아도 꽃을 보면 매 순간 다르다는 것을 느껴요."


*


많은 것들이 찰나에 흘러가는게 아쉽지만 한편으로 다행이라 여겨질 때도 있다. '모든 것은 지나간다'는 진리는 때때로 큰 위로가 되기도 하니까. 영원하지 않은 모든 것을 보며 덧없다 느끼기도 하지만, 순간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지금 이 순간을 만끽하자. 아깝지 않도록.


꽃이 피니 봄이 왔다. 꽃을 보니 봄이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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