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가 아름다운 사람이 되자.
집 앞 카페에 있다가 돌아오는 길에 집주인 아저씨를 만났다. 만난 김에 퇴실 청소비와 이달까지 쓴 공과금에 대해 말씀하셨다. 이사를 6일 앞둔 오늘은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의 마지막 주말이었다. 아저씨께서는 이야기를 마치시더니 한마디 덧붙이셨다.
- “서운하네.”
- “저도요. 그동안 너무 잘 지냈어요. 감사합니다!!”
어제 비가 내려서인지 미세먼지 하나 없이 맑고, 선선한 하루였다. 집에 놀러 온 친구가 이 동네에 몇 번 와봤을 뿐인데도 친숙하다고 이야기했다. 맞다. 나도 7년 전 이 동네 처음 왔을 때 친근하게 느꼈고, 덕분에 사회생활도 안정적으로 적응할 수 있었다. 이제는 정이 듬뿍 들어서 이사를 앞둔 지금 떠나기가 너무 싫다. 섭섭한 마음을 어찌 달랠 수 있을지...
집 근처에 관악산이 가까이 있어서인지 언제나 새소리가 들리고, 여름에도 선선함이 느껴졌다. 창 밖을 내다보면 가까운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이 뛰어놀고, 푸르른 나무가 가득 보이는 경치 좋은 집이었다. 7, 8월에는 아침에 매미 소리를 알람으로 일어났다. 가끔 창문에 달라붙어 진짜 시끄럽게 우는데... 못 듣고 가니 너무 아쉽다.
낙성대에서 이십 대의 대부분을 보내서인지 이곳을 떠나는 게 나의 이십 대를 진짜로 떠나보내는 기분이다. 나중에 낙성대를 떠올릴 때 유월의 초록색 나무들처럼 늘 푸르른 이미지로 기억될 것 같다. 이곳에서 보낸 나의 이십 대 추억까지도. 지금까지 나를 잘 보듬어준 동네였기에 고맙고, 또 고맙다.
최근 퇴사한 동료가 마지막 날 말끔하게 정장을 차려입고 와서 인사했다. 동안이라 그런지 신입사원 때 모습이 떠올랐다. 처음과 끝을 같은 모습으로 남기다니, 그 모습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아름다운 마무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였다.
다음 주 이사라는 큰 변화가 나를 기다리고 있고, 다시 한번 설렘을 느낀다. 앞으로는 어떨까? 하는 기대도 되고... 새로운 동네에서도 잘 적응해야지.
이 집에는 누가 들어오게 될까? 깔끔히 정리하고, 아저씨께 감사 인사 제대로 드린 후 좋은 모습으로 떠나야겠다. 마무리가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