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드는 정성 못지않은 먹는 정성

by 이수댁

재즈 기타리스트이자 디자이너인 빌 워첼(Bill Wetzel)은 49년 동안 아내에게 해준 아침식사를 사진으로 기록해 'Funny Food'란 책을 냈다. 단호박, 달걀 프라이, 치즈, 베이글, 당근 등 각종 재료를 사용해 동물이나 모나리자, 자전거 타는 사람 등 다양한 모양으로 만든 음식을 보니 정말 재미있다. 세상에 이런 사랑꾼이 있다니...


결혼을 해보니 함께 무엇을 해 먹을지 고민하고, 같이 만드는 과정이 즐겁다. 여기에서 방점은 '같이'에 있다. 혼자서라면 어설펐을 텐데, 남편이 옆에서 함께 요리를 하니 재밌다. 시도하는 음식들이 의외로 맛있다는 반전도 있고... 특히나 진심으로 맛있어하며 잘 먹는 남편을 볼 때 기분이 좋다.


지난 월요일에는 내가 먼저 퇴근해서 저녁을 차리고 있었다. 집에 도착한 남편이 고개를 빼꼼하며 "뭐 만들어요~?"라고 묻더니 조용히 옆으로 와서 함께 저녁을 준비했다. 지난번 엄마께서 재어주신 갈비에 버섯과 양파 등을 넣고 익혔다. 거기에 갈비 양념이 배도록 재어둔 로시 한국당면을 넣었더니 감칠맛이 났다. 남편도 탱글탱글, 쫀득쫀득한 면발이 맛있었는지 먹고, 한 그릇 더 먹었다. 아이고, 잘 먹으니 기분 좋아라~! 된장을 버무려 얼려둔 시래기를 넣고 끓인 된장찌개도 맛있었다. 그동안 엄마께서 만들어주신 음식 맛을 기억하면서 조금씩 시도해나가면 잘해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남편이 잘 먹으니 어깨에 뽕이 잔뜩 들어가고, 뿌듯했다. 요리는 만드는 정성 못지않게 맛있게 먹는 정성도 참 중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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