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동에서 마주한 예쁜 가을

by 이수댁


성북동은 북한산의 주맥이 갈라져 형성된 넓고 깊숙한 골짜기에 들어앉은, 한양도성 성곽을 서쪽 울타리로 두른 아늑한 마을이다.(한성대입구역 앞에서 볼 수 있는 '성북동의 유래' 참조)

지난 주말, 고즈넉한 분위기가 흐르는 성북동의 가을을 느끼고 왔다. 차 도로 사이에는 은행나무가 가을 햇살에 비쳐 노랗게 빛나고 있었다. 골목골목을 따라가 보면 노가리 상회 등 재미난 상점뿐만 아니라, 일러스트의 개인 작업실, 눈이 먼저 즐거운 디저트 가게 등 아기자기한 상점들도 보였다.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마카롱 가게!
바른 마카롱에서 뽀또 치즈, 바닐라, 딸기우유, 코코넛 등 다양한 맛 중에 2개를 골라 종이가방에 담았다. 그냥 마카롱이 아니라 뚱카롱이라 크기도 참 컸다.



우리의 발길은 길상사에 닿았다. 고급 요정 '대원각'을 운영하던 공덕주 길상화 보살님은(본명 김영한) 1987년 법정스님의 '무소유'를 읽고 감명받아 7천 여평의 대원각을 시주했다. 사찰 내 대부분의 건물은 대원각 시절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시인 백석이 사랑한 여인으로 공덕비 앞에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라는 시도 볼 수 있었다. 도심 속 가까이에서 찾을 수 있는 절로, 조용히 가을 단풍을 즐기기에도 제격이었다. 바위 사이로 흐르는 골짜기 물 위로 높이 자란 나무들은 어느새 빨갛고, 노랗게 물들어 있었다. 가을 햇살 아래 단풍잎을 바라보고 있으니 마음이 고요하고, 차분해졌다.



걷다 보니 점심시간을 지나고 있었다. 금왕 돈까스에서 옛날 돈까스를 든든히 먹었다. 안심과 등심 돈까스 하나씩 주문했는데, 정겨운 수프와 함께 푸짐하게 나왔다. 어렸을 때 외식을 하면 가장 좋아했던 메뉴가 돈까스여서 지금 다시 먹어도 반갑고, 맛있다.



근처 전통 찻집으로 운영 중인 이태준 선생의 가옥 수연산방에도 들렀다. 한옥에서 향긋한 차를 앞에 두고 가을볕을 맞고 있으니 졸음이 몰려왔다. 나는 쑥 말차를 마시며 몸을 따뜻하게 하고, 남편은 국화차를 마시다 잠깐 잠들었다.



서울에서 가을 여행을 즐기고 싶다면 성북동 곳곳을 걸어보기를 추천한다. 성북동에서 만난 가을, 반가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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