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후 첫 명절
(feat.대전댁의 속닥속닥)
"지영이, 결혼 후 첫 명절 보낸 소감이 어때?"
엄마께서 물으셨다.
"울고, 지지고, 볶았어요."
옆에서 남편이 웃으며 대답했다.
엄마께서는 재밌다는 듯이
깔깔깔 크게 웃으셨다.
전과 고기를 지지고 볶기도 했지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바빴다.
초등학교 6학년,
중. 고등학교 3학년,
대학교 4학년 학생은
소속된 사회에서 대장 역할을 하며
세상 다 아는 줄 착각하고,
스스로를 늙은이 취급한다.
그렇지만 이내 다음 단계에서는
새내기, 신입사원, 새댁 등
세상에 태어난 아가가 된 듯
새로운 세계를 만난다.
이번 설 명절이 그랬다.
아하, 결혼이란 게 이런 거구나
이제야 실감이 났다.
둘이서 꽁냥꽁냥 지낼 때는 몰랐지만
결혼은 두 사람이 아닌
가족이 결합한다는 것을!!
일을 엄청나게 한 것도 아닌데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데
에너지가 많이 쓰였다.
하지만 우리 엄마께 딸의 어리광은
어림 반푼 어치도 없었다.
아무도 눈치 안 주는데
괜히 신경이 쓰였다고 하면
원래 혼자서 눈치 보느라 어려운 거라고.
세대가 많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명절에 가사 부담은
여전히 여자들에게 가중되어 있는 게
현실이라고 느꼈다고.
그러면 엄마께서는
본인이 생각하시는 거에 비해
내가 하는 건 절반도 못 미친다고 말씀하셨다.
오히려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있어서
얼마나 행복하냐고.
엄마는 지영이가 부럽다고.
"문 서방, 각오해~"
우리 집에 오면 복수할 거라 외쳤지만
문 서방도 처가 왔을 때 어려울 테니
서로 배려해서 더 잘 챙겨주라고 하셨다.
해서, 나는 친정에서 설거지 마스터가 되었다.
시가에서도 친정에서도
옆에서 조금씩 일을 거들뿐이었지만
그동안 시어머니와 친정엄마께서
가족들이 좋은 시간을 함께하기 위해
감내하신 수고로움이
그 어느 때보다 깊고, 크게 느껴졌다.
출산과 육아 등
또 다른 차원의 세상을 만나면
얼마나 절절이 부모님의 마음을 느끼며 눈물 지을까.
그동안 반의 반도 못 느꼈던 것 같다.
죄송하고, 또 감사하다.
할아버지 때보다 아버지 때 더,
아버지 때보다 지금 더,
시대가 변하고 우리도 발맞춰 가고 있다.
하지만 내가 느끼기에
많은 부분이 아직 그대로이다.
변해야 할 부분이 많은 것 같다.
90년생 신입사원, 며느리 등
밀레니얼 세대라는 프레임을 강조하는 건
아직 주류가 아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다.
밀레니얼 세대의 생각과 문화가
당연한 시대가 아니기에
트렌드로 받아들이고, 익히고 있는 건 아닐까 하고.
서로 다른 세대는 외계인이 아니다.
어렵게 생각하기보다
우리 할아버지, 우리 부모님,
또 우리 아들, 딸을 생각하면 된다.
또한, 제 아무리 세상이 변해도
사람 사이의 변함없는 가치가 있다.
배려와 존중, 감사의 마음을 기억하면
상대방도 나를 그렇게 대할 것이다.
모든 것은 나할 탓이다.
결코 쉽지 않고, 당연하지 않은 일임에도
가족을 위한 희생과 헌신을 행복이라 여기는
양가 부모님 마음의 그릇을 빌리고 싶다.
조물조물 스스로를 안마하며
마음의 평수를 조금 더 넓혀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