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임신을 했습니다.
어느덧 8주 5주 차 산모예요.
“신부님~”이라고 불리던 시절이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이제 “산모님~”이라고 불리네요.
아직 어색하고, 복잡 미묘한 호칭이에요.
뱃속에 새 생명이 있다는 걸, 또 하나의 심장이 뛰고 있다는 걸 안 지는 이제 막 2주가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여러 가지 신체 변화가 있었던 것 같아요.
한창 바쁘고, 열정적으로 일하던 2월 중순이었습니다.
아침 일찍 인천으로 이동해서 5개의 미팅을 소화하고 사무실에 돌아왔어요.
첼로 레슨까지 마치고 나니 저녁 시간이 조금 지나있었습니다. 요즘 매운 쌀국수가 먹고 싶었는데 먹고 갈까 하다가 남편이 기다리고 있어 바로 집으로 갔어요.
가는 길에 떡볶이와 순대가 보이길래 세트로 사갔어요.
사장님께서 옆구리 터진 순대를 덤으로 주셔서 떡볶이와 함께 맛있게 먹었어요.
그런데 먹고 나니 속이 메슥거려서 콜라를 벌컥벌컥 마셨어요. 배가 고픈 참에 양 조절을 못하고 너무 많이 먹었나 싶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으로 먹은 빵도 더부룩하게 느껴졌습니다.
자꾸 졸리고... 속은 안 좋고...
요즘 무리했나 싶어 사내 보건실에 가서 증상을 이야기하고
까스활명수와 소화제를 받아왔어요.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퇴근길에 죽을 조금 살까 싶어 반찬 가게에 들어갔는데... 웬걸... 잡채를 보니까 어찌나 맛있어 보이던지! 그 옆에 계란말이와 소시지도요...
죽은 제쳐두고 반찬만 잔뜩 사 왔습니다.
누룽지가 있으니 끓여서 같이 먹어야겠다고 생각하면서요.
그리고 아주 맛있게 저녁을 먹었어요. 하하.
다음 날, 또다시 컨디션이 좋지 않아 병원에 들렀습니다.
- “선생님, 요 며칠 소화가 잘 안 되고, 자꾸 졸리고 너무 피곤해요. 생애 처음으로 변비도 생긴 것 같고요. 그래서 그런지 살도 좀 쪘어요.”
- “몇 킬로나 늘었어요?”
- “1~2킬로 정도? 평소에 잘 유지하는 편인데....”
- “에이, 그 정도는 신경 쓰지 말아요. 장이 아프기 전 나타난 증상들인 것 같으니 잘 관리하세요.”
돌이켜보면 속이 울렁거리고, 졸리고, 평소보다 소변을 자주 보게 된 것 모두 너무나도 분명한 임신 초기 증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신혼생활을 1년 정도 즐기고 아이를 가지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던지라, 이때까지만 해도 임신했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어요.
그리고 다가온 주말...
프랑스에서 생활하고 있어 1년 만에 어렵게 만난 친구와의 식사 자리에서도 속이 좋지 않았습니다.
임신 테스트를 해보면 어떻겠냐는 남편의 제안에 약국에 가서 임신 테스트기를 샀어요.
그리고 이왕이면 정확한 결과를 볼 수 있도록 아침이 되기를 기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