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지금 이 순간!

임신 14주 차 이야기

by 이수댁

맑은 하늘...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한 하늘은 아니지만 구름 사이로 보이는 하늘빛이 참 예쁘다.

전 세계에 코로나가 번지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고 공장 가동과 여행이 중지되면서 역설적으로 대기질이 좋아졌다. 미세먼지와 황사가 없는 맑은 하늘을 볼 수 있어 감사하다.


언니는 결혼 준비로 한창 바쁜 시즌을 보내고 있다. 웨딩촬영, 상견례 등 중요한 일정들을 실행하기에 앞서 코로나 걱정을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어 다행이다. 옆에서 보기에도 바쁘지만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것 같다.


4월 18일(토), 언니의 상견례 날이 다가왔다. 차분하고 주도면밀한 언니는 예쁜 화과자와 캘리그라피로 쓴 편지를 준비해서 첫 만남의 어색한 분위기를 부드럽게 풀었다. 예비 형부는 땀을 뻘뻘 흘리며 양가 부모님을 소개하고, 긴장했는지 식사도 마음 편히 못하시는 듯했다. 그렇게 애쓰는 두 사람의 모습이 예뻐 보이고, 내가 상견례하던 날을 떠올려보기도 했다. 그때의 난 음식을 참 맛있게 잘 먹었었지. ^^


임신 14주 차 : 지끈지끈


임신 14주 차를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지끈지끈'이다. 두통과 어지럼증, 그리고 다리가 붓는 증상이 있다.

4월 14일(화)에는 아침부터 머리가 멍하고, 지끈지끈 아팠다. 속이 메슥거리는 것 같기도 하고... 컨디션이 영 엉망이다 보니 일에 집중이 잘 안 되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임신 확인 후 계속해서 재택근무 중이지만 회사 다닐 때와 똑같이 규칙적으로 생활했다. 일어나서 씻고, 삼시 세 끼도 제시간에 챙겨 먹으며 생활 패턴이 망가지지 않게 노력했다. 그리고 맡은 업무도 열심히 처리했다. 오히려 사무실에서 근무할 때보다 더 오랜 시간 엉덩이를 붙이고 집중해서 일했다고 자부한다.


그런데 이 날은 아무래도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그룹장님께 전화드려서 오전에 2시간만 저축 근로제를 사용하고 쉰다고 말씀드릴까 몇 번을 고민했다. 그러다 운동을 다녀온 남편이 반쯤 초점을 잃은 채 의욕 없이 노트북 앞에 앉아있는 나를 발견하고 잠깐 일어나서 쉬라고 했다.


문을 활짝 열고 복도로 나가 하늘을 바라보았다. 신선한 공기를 마시고, 맑은 하늘을 보니 기분이 조금 상쾌해졌다. 그리고 10분 정도 침대 앞에 앉아 아무것도 안 했다.


메신저에 '자리비움'이라고 뜨면 일 안 하고 노는 사람으로 보일까 봐 신경이 쓰여 좀처럼 이석하는 일이 없었지만 집중이 안 되는 나를 계속 노트북 앞에 붙잡아둘 수가 없었다. 약간의 융통성을 발휘해 잠시 안정을 취하고 다시 업무를 시작하니 컨디션이 훨씬 나아졌다. 다행이었다.


그리고 점심시간... 끼니를 제시간에 챙겨 먹는 나지만 오늘은 밥보다 쉼이 더욱 필요했다. 침대에 누워 3~40분 정도 잠을 청하고 김밥을 사 먹겠노라 생각하며 누웠다. 나를 따라 옆에 누운 남편이 깨워주겠거니 싶다가, 혹시 모르니 알람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잠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번뜩(!) 눈을 뜨자마자 시계를 확인해보니 '13:06'이란 낯선 숫자가 눈에 보였다. 점심시간 후 6분이 지나있었다. 화들짝 놀라 침대를 뛰쳐나왔다. 나를 따라 곤히 잠들었던 남편도 부스스 일어났다. 놀란 나를 보고 당황한 기색이었다.


재택근무를 할 때 근무시간, 점심시간을 칼 같이 지키던 나에게 이변 같은 일이었지만, 그렇다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남편이 사다 준 김밥을 먹으며 조금 더 나은 컨디션으로 일하고, 필요한 일은 퇴근 시간을 조금 지나서까지 마무리했다.


점심시간이 지나고 더 맛있게 먹은 김밥~♡


임신을 하면 몸에서 많은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에 평소보다 예민해져서 주변 사람들에게 짜증을 내기 쉽다고 한다. 그래서 엄마께서는 회사에서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당부하셨다. 다행스럽게도 임신 초기에 입덧도 없고, 재택근무를 하다 보니 예민해지는 상황이 없었다. 임신 중기로 접어들었지만 아직 배가 많이 부르지 않았고, 임신 기간 중 컨디션이 가장 좋을 때니까 주변 사람들에게 많이 베풀라는 말을 명심하며 회사생활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산부는 배려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 아니, 임산부가 아니더라도 일하다가 몸이 안 좋으면 업무 중 병원에 다녀오기도 한다. 임산부라는 이유로 감정 기복이 크고, 예민하게 굴어서도 안 되겠지만 쉼이 필요할 때는 스스로를 위한 배려를 해주는 자세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날 이후로도 머리가 지끈지끈한 현상은 가끔씩 일어나고 있지만 다행히 참을 수 있을 정도다. 남편도 나를 따라 머리가 아프다며 이마에 손을 얹어보라고 하기도 한다. 같이 상상임신을 한 건지 배가 불러오고, 머리가 아픈 증상도 다 따라오는 모습이 재미있다.


엄마께서는 조금 힘든 점이 있어도 아기가 뱃속에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한 시기라고 한다. 언니는 결혼 준비로 바쁘지만 부모님과 한 집에서 자유롭게 사는 지금 이 시기가, 동생은 취업 준비로 고생이 많지만 자신의 시간을 원하는 대로 쓸 수 있는 지금 이 시기가 가장 행복한 시기라고... 우리는 모두 고생스럽지만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구나... 그 행복을 누리지 못하고 나중에서야 그때가 행복한 시기였구나 깨닫지 않도록 엄마께서는 늘 이렇게 강조하시나 보다.


세잎클로버의 꽃말: 행복. 행복이란? 지금 이 순간.


#덧. 이번 주 기쁜 소식!

하나. 임신 D+100일!('20.4.14 화요일)

머리가 지끈지끈 아픈 날이었지만 무사히 100일을 지나감에 감사하며 남편과 호두 당근케이크를 먹으며 축하했다.

임신 후 100일이 무탈하게 지나감에 감사하며...


둘. 한 동안 책에 집중하지 못하다가 마음에 쏙 드는 소설을 한 권 발견했다. 이도우 작가의 장편소설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라는 연애소설이다. 코로나로 봄날의 정취를 마음껏 느끼지 못했는데, 마음이 간질간질 해지는 이야기를 읽으니 반가웠다. 흥미를 느끼는 책을 고르게 되어 감사한 마음도 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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