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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댁 May 24. 2017

여자 셋이 떠난 지리산 둘레길~!

엄마와 함께 새로운 일에 도전하며 차곡차곡 추억쌓기~!

퇴근 후 잠들기 전 엄마께 전화를 드렸더니 잠결에 울고 계셨어요. 깜짝 놀라 무슨 일이냐고 여쭤보니까 자식들을 군대에 보내는 꿈을 꾸셨대요. 둘째인 저는 전역을 하고, 첫째 언니가 신참으로 입대하는 꿈이었다고 해요. 군대에서 저는 밥이라도 잘 챙겨먹는데, 언니는 자기 주장이 약해 단체생활을 하면서 잘 챙겨먹지 못하는 것 같아 눈물이 나셨대요. 막내 동생 입대할 때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잘 적응할까 싶어 아득하게 걱정이 앞선 경험이 있으니 어떤 마음인지 조금 알 것 같았어요. 그래도 무슨 딸들이 군대에 가냐고 배꼽 빠지게 웃었는데, 생각해보니 어느새 훌쩍 자란 딸들을 보며 시집 보내야 한다는 생각을 무의식 중에 많이 하셨던 것 같아요.


비교적 일찍 독립한 저는 집에가면 엄마표 집밥을 삼시세끼 꼬박, 아주 맛있게 잘 챙겨먹거든요. 부모님과 함께 사는 언니는 먹으라고 해도 잘 안 먹다가 혼자 토스트를 만들어먹고요. 결혼 생각도 언니보다 먼저 하고, 시집가고 싶다고 은근슬쩍 얘기할 때도 있으니까 어찌보면 현실이 그대로 반영된 꿈이었네요.


엄마께서는 자식들이 다 자라 사회에서 각자 자리를 잡고, 아직 남의 식구 섞이지 않은 지금이 가장 편하고 행복하다고 말씀하세요. 결혼을 서둘러 하지 말고 지금의 시간을 즐기라는 말씀을 많이 하시는데, 아직 너희를 시집 보낼 자신이 없다고 그날 밤 고백하셨어요.


다른 사람 결혼식에 가서도 저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륵 흐르는 눈물 많은 주책 바가지 아가씨인 저도 아직 결혼식장에 설 자신이 없어요. 식을 올리지 않거나, 아예 축제 분위기로 진행해서 웃느라 우는걸 까먹는 결혼식을 만드는게 제 목표예요. 그렇지 않으면 부모님께 인사를 드릴 때 눈물로 마스카라가 번져 팬더가 되는 것은 물론, 고개를 들어올리지 못할거란걸 뻔히 잘 알거든요.


결혼 후에 신랑과 더 잘 챙겨드리려고 노력하겠지만, 혼자일 때 해드릴 수 있는 것도 고민하고, 찾아보고 있어요. 부모님께 해드릴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선물 중 하나가 함께하는 시간이라고 하죠? 지난 주말에 엄마, 언니와 함께 지리산 둘레길로 트레킹을 다녀왔어요. 아버지는 경조사를 챙기시느라, 막내는 시험 및 과제로 눈코 뜰새 없이 바빠 함께 하지 못했어요. 온가족이 함께하지 못해 아쉬웠지만, 여자 셋이 떠나는 여행도 재미가 쏠쏠했답니다.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아름다운 풍경과 눈치 빠른 날씨가 조화를 이뤄 황홀한 기분으로 마을 구석구석을 누빈 속살여행이었거든요! 뻐꾸기와 개구리 소리 등 평소 듣고 싶었던 소리를 여기서 다 들었다며 기뻐하시는 엄마의 모습을 보니 흐뭇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날 10km를 완주한 기념으로 받은 메달 깨물기 세레모니를 하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이런 시간을 함께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행복했습니다. 앞으로도 종종 이런 기회 만들테니 바쁘더라도 다섯 식구 모두 함께해요!

언젠가는 바라만봐도 미소가 절로 나오는 듬직하고, 자상한 신랑감 데리고 올테니 시집가는 건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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