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수댁 Jun 19. 2017

시간이 멈추는 도심 속 오아시스

'별마당 도서관'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


누가 이런 상상을 했을까요? 쇼핑몰 속 도서관이라니!

스타필드 코엑스몰은 회사에서 걸어서 10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이지만 5년 동안 간 적을 손에 꼽을 정도로 자주 찾진 않았습니다. 쇼핑몰이 워낙 커서 돌아다니다보면 다리는 아픈데, 그 많은 상품 중 정작 저한테 꼭 맞는건 못 찾겠더라구요~

그런데 다시 스타필드 코엑스몰로 발걸음을 잡아끄는 이유가 생겼으니, 바로 별마당 도서관이었습니다. 도서관이라고 하면 속닥속닥 귓속말을 하다 안 들려 종이쪽지에 적어 대화를 나눠야하는, 정숙이 미덕인 곳이잖아요. 그런데 여긴 아니예요.

자연스럽게 책을 읽을 수 있고, 그저 구경만 할수도 있어요. 꼭 책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분야의 잡지가 참 많아요. 약속을 정하고 누군가를 기다릴 때 의례 스마트폰을 만지작 거리게 되는데, 질문을 던지듯 시선을 빼앗는 제목들이 뭐이리 많은지. 고개를 올려 둘러보다가 그만 어지러워 별이 보이는 듯했어요. 그래서 별마당 도서관이라고 이름 붙인 걸까요?

사실 주말에도 이 곳을 찾았었는데, 사람들이 그득그득해서 발 디딜 틈이 없었어요. 사람 도서관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사람 밖에 안 보여서 망설이지 않고 발걸음을 돌렸어요. 그래서 시간이 허락한다면 평일 저녁에 와보는 것을 추천해요. 평일에는 의자에 앉아 여유있게 책을 읽어볼 수 있고, 도서관 전체를 찬찬히 관찰해볼 수 있어요.

13m 높이의 서가는 지하 1층부터 1층까지 이어져 있어요. 철학, 문학, 역사부터 여행, 경영, 경제, 자기계발서까지 총 5만여권의 장서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아이패드로 볼 수 있는 E-book도 있고, 6백 여종의 잡지를 모아둔 잡지 특화 코너와 아동용 도서도 있습니다. 아이들을 책의 놀이터로 데려와주는 것도 참 좋겠죠?

독서 뿐만 아니라 저자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는 작가 토크쇼와 음악이 함께하는 북콘서트, 시낭송회 등 다채로운 문화 행사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시 읽는 월요일'을 맞아 이병률 시인의 강연을 들어보았는데요. 차분하고, 자유롭게 글을 쓰는 본연의 일에 충실한 작가라는 인상을 받았어요. 이번 시간에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된다는 것'을 주제로 강연을 했습니다. 요즘 제가 고민하고 있던 것과 맞닿아 있어서 귀 기울여 재미있게 들었어요.

아무래도 가까운 사람일수록 나를 어디까지 받아줄 수 있는지 시험이라도 하듯 못되게 굴기도 하고, 때로는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지 몰라 화를 내기도 했거든요. '어떤 사람 옆에 있고 싶은가?' 생각해보며 내가 먼저 그런 사람이 되는것, 그렇게 내가 좋은 사람이 되어 좋은 타인을 만날 수 있다는 건 인생의 크나큰 행복인 것 같아요.

강연을 마치고 이병률 선생님의 사인도 받을 수 있어 더없이 좋았어요!

그런데 이 넓은 곳에서 내가 원하는 책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걱정되시죠? 친절하게도 도서 검색대가 있어 내가 찾는 책이 있는지, 어디에 있는지도 간단하게 알아볼 수 있습니다.

방금 강연을 들었던 이병률 선생님의 책을 찾아보았어요. 대출은 할 수 없고, 이 공간 안에서만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점 참고하세요~

매월 11일은 '책 나눔의 날'로 다 읽은 책이나 책장에 쌓여있는 필요없는 책들이 가치있게 쓰일 수 있도록 도서기증 접수 데스크에 기부할 수 있다고 합니다. 원룸에 살면서 점점 쌓여가는 책들이 책상을 넘어 바닥에 쌓일 지경이었는데, 이곳에 책 기증을 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읽는다면 뜻깊을 것 같네요!

제가 이 공간을 누구보다 반기는 이유는, 그냥 잠시 들러 책을 읽고 가더라도 아무런 부담이 없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공간이 마음만 먹으면 닿을 수 있는 가까운 곳에 생겼다는 점이 정말 좋아요! 쇼핑을 하러 온 사람들에게도 자연스럽게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다는 면에서도 의미있는 것 같구요~

이곳에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들, 혼자서 공부하는 사람들, 연인과 함께와서 어깨에 기대어 쉬는 사람들 등 정말 다양합니다. 저처럼 끄적끄적 글을 쓰기에도 좋은 장소예요.


그런데 의문이 듭니다.


1. 근처에 있는 영풍문고는 매출이 줄어들지 않았을까?

때마침 영풍문고 스탭이 책을 정리하고 있어 여쭤보았습니다.^^

"처음에는 매출이 줄어드는 것 같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책을 보기 위해 이 공간을 찾고, 그 사람들이 책에 관심을 갖고 서점을 찾고 있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쇼핑몰을 찾으니 수익 창출로 이어지는 것은 물론, 모든 사람에게 도서관을 개방한 기업의 이미지도 좋아지니 일석이조입니다.


2. 혹시 책을 몰래 들고 가는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요?

Security라고 적힌 조끼를 입은 분께 여쭤봤습니다. "그래서 저희와 같은 보안관들이 지키고 있고, 곳곳에 CCTV도 설치해두었습니다. 마음만 먹는다면 책을 훔쳐갈 수도 있겠죠. 그렇지만 믿고 하는겁니다. 우리나라 문화 수준도 많이 발달했으니까요."

별마당 도서관에 와보니 삭막한 회색 빌딩숲 속 오아시스를 발견한 느낌입니다. 이 글을 읽고 이곳에 한번 가보고 싶다고 마음이 조금이라도 움직이셨다면, 망설이지 말고 한번 방문해보세요! 단, 주말보다는 평일을 추천합니다. 제가 그랬듯 이 공간에서 비우고, 또 채우며 내일을 힘차게 살아갈 용기와 기쁨을 얻어가시길 바랍니다.


▶ 주소 : 서울시 강남구 영동대로 513(삼성동) 스타필드 코엑스몰

▶ 영업시간 : 연중무휴 오전 10:30 ~ 오후 10:00

▶ 내맘대로 별점 : ★★★★☆ (별 다섯개를 주면 사람들이 너무 붐빌 수 있으니 네개만!)

▶ 내맘대로 이용 TIP : 주말에 이곳에서 누군가와 만나기로 했다면 수많은 인파 속 '월리를 찾아라' 해야할지도. 월요일 저녁 시간은 신의 한 수! 직장인이라면 평일 점심시간을 활용해 찾아가보자.

작가의 이전글 원더풀~ 원더풀~ 아빠의 청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