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

by 이수댁

봄을 맞이하여 꼬까옷을 장만했다. 아가 옷이 아닌 내 옷.

검은색 수유 원피스를 입고 있었는데, 세련되고 깔끔한 가디건과 셔츠, 청바지가 사고 싶었다. 유모차를 끌고 가는 길에 아이가 잠들어서 매장 구석에 유모차를 두고 점원에게 봐달라고 부탁한 뒤 옷을 입어 보았다. 같은 매장에서 옷을 고르고 계시던 다른 여성 두 분이 내 모습을 보더니 "젊고 키 큰 아가씨가 입으니까 예쁘네."라고 말씀하셨다.


아가씨...?!


그 말이 어찌 그리 반갑고 기분이 좋게 들리던지. 회사원이 되고 난 후 길을 가다가 '학생'이란 말을 들으면 어려 보이는 것 같아 반가웠는데, 이젠 아가씨라는 말에 괜히 우쭐해지는 걸 보니 진짜 아줌마가 되었구나 싶었다. 길에서 '애기 엄마, 아줌마'란 소리를 들어도 그게 사실이니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역설적으로 '아가씨'라는 소리를 듣고 아줌마가 된 걸 실감하는 걸 보니 아이러니했다. 옷을 세트로 사면 할인이 되는지 묻는 내 모습도 파워 당당하고... (호호)

집에 오는 길, 따듯한 봄바람을 맞으며 다시 한번 운동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가끔씩 새 옷을 피팅해보는 건 참 기분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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