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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우성 변호사 Apr 23. 2017

군자는 그릇이 되어서는 안된다(군자불기 ; 君子不器)

조우성 변호서의 논어 노트

자왈, 군자불기

子曰. 君子不器


공자는 말했다. “군자는 (쓰임새가 한정되어 있는) 그릇 같은 존재가 아니다.”

- 논어 위정편-      


군자는 일정한 용도로 쓰이는 그릇과 같은 것이 아니라는 뜻으로, 군자(君子)는 한 가지 재능에만 얽매이지 않고 두루 살피고 원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공자가 언급한 그릇은 제기(祭器) 또는 예기(禮器)를 일컫는다. 

사가(私家)나 종묘에서 제사를 지낼 때 사용하는 예기나 제기는 엄격히 각기 용도에 따른 구분이 있어 모든 곡식이나 음식이 담기는 그릇이 달라 그 생김새나 모양이 각양각색이었다. 

군자는 그러한 예기나 제기의 제한된 소용처럼 자신이 하는 일의 전문에만 제한되는 꼭 막힌 인간형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그릇은 각기 다양한 음식이 담기기에 꼭 맞게 소용대로 만들어지게 마련인데, 사람이 그리 된다면 그 사람은 곧 한 가지 전문적 기능만 가진 인재에 불과하게 되는바, 이는 군자라 이를 수 없다는 의미다. 


공자는 군자야 말로 學則不固(학즉불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 논어 학이편 -      


바르게 배우는 사람일수록 자신의 좁은 생각에 사로잡혀 완고해지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 

사람은 한 가지 자기 재주나 전문에만 고루하게 갇혀 있을 것이 아니라 자기의 전문이 아닌 다른 다양함을 용납하고 다양한 분야의 식견을 받아들이는 인간형이어야 함을 강조한 말이다.      


지금은 바야흐로 통섭(統攝)의 시대다. 철학과 IT가 만나고, 과학과 인문학이 만나며, 동양학과 서양학이 만나는 시대다. 


공자가 이상적 인간형으로 주장한 군자의 모습이 바로 이러한 통섭의 인간형이라 할 수 있다.     


피터 드러커는 평소 제너럴리스트에 대한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그는 여러 책에서 전문가는 반드시 필요한 사람이지만 이것을 강조하다 보면 전체적인 밸런스를 놓치게 된다고 했다, 경영은 경영상의 문제를 다루는 업무이지, 개발, 재무, 인사의 한 부분을 다루는 일이 아니라고 했다. 즉 경영자는 종합적인 지식과 식견이 있을 때만이 이들을 한꺼번에 파악해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보았다. 

그는 <효율적 경영자론>이라는 책에서 리더는 ‘전문성(Speacilaty)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전문(專門) 자체는 하나의 단편에 불과하여 아무런 성과도 생산하지 못한다. 한 전문가의 산출물이 다른 전문가의 산출물과 결합될 때 비로소 전체로서의 일정한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어떻게 전문가를 일반가로 교육하는가에 있지 않다. 오히려 전문가로 하여금 그 자신과 그 전문을 정녕 효과적으로 되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가 문제이다.”     


결국 리더는 전체적인 관리자로서 악단의 지휘자에 비유할 수 있다. 그의 조정활동은 서로 다른 전문가, 연주가들 간에 조화성 있는 일체적 관계를 수립하는 데 있다.


쓰임새가 없는 것은 큰 문제다.

하지만 제한된 쓰임새로 나 자신이 한정되어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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