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성 변호사의 논어 노트
변호사 업무를 하다보면 서로 시너지가 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갖고 사람들을 소개한다. 그렇게 소개한 사람들이 서로 좋은 결과를 내는 경우도 있지만, 의외의 피드백을 받는 경우도 있다.
아주 조심스럽게 묻는 박 사장.
전후 사정을 들어보니 처음에는 김사장이 거창하게 이야기해서 믿고 진행했는데 알고 봤더니 애초에 밝혔던 것의 절반도 미치지 못하는 실체를 드러내는 바람에 낭패를 봤다는 박 사장. 선의를 갖고 소개해 준 것을 알기에 내가 비난받을 일은 아니지만 모양새가 영 아니었다. 겉으로 보이는 김사장의 모습에는 거품이 끼어 있었나.
처음 누군가를 만나면 우리는 그 사람의 말을 접하게 된다. 행동은 그 뒤에 따라오는 것. 그 말이 근사하면 우리는 그 말을 믿게 된다. 바로 그 때문에 에러가 발생하는 것도 사실.
말 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군자라는 의미다.
거의 같은 문장이 학이 편에서도 발견된다.
말이 앞서는 사람을 주의하라는 부분이 공통된다.
말을 잘하고 얼굴빛을 좋게 하는 것이 반드시 나쁜 일은 아니리라. 하지만 제대로 된 실질을 갖추지 않은 생태에서의 교언영색은 자신의 허물을 가리기 위한 장식에 그칠 수 있다는 경계를 주고 있다.
왜 이렇게 말이 앞설까?
‘위기(爲己)’는 ‘도를 자기 몸에 얻으려고 하는 것’이요, ‘위인(爲人)’은 ‘남에게 인정받으려 한다‘는 의미다(程伊川 ; 정이천). 이와 관련해 다산 정약용의 풀이는 다음과 같다. ’자신을 갈고 닦는 사람은 말을 앞세우지 않지만, 남에게 인정받는 데 주력하는 사람은 행동이나 실천보다는 말을 앞세우기 마련이다.‘
행동보다 말이 앞서는 사람은 남의 인정을 받아내려는 급급한 마음에 실질이 따르지 않은 공허함을 외부에 표현하면서 상대방 마음을 잡으려 애쓴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말만 앞선 이들에게는 아래 문장도 가르침이 될 것 같다.
공자는 ‘스타트는 누구나 할 수 있겠지만 그것을 끝내 이뤄내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몇 마디 말로, 그리고 쌈빡한 눈빛으로 상대방을 현혹시킬 수 있겠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실질이 없을 때는 공허해진다. 그 바닥은 의외로 쉽게 드러난다.
그래서 군자는 말에 엄격한 법이다.
여기서 치(恥 ; 부끄러워 하다)에 주목한다.
언행일치가 되지 않는 것을 부끄러워하면 군자인 것이고, 그것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고 개의치 않으면 소인이라 보았다. 외형적으로 언행이 일치하느냐라는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그에 대한 내면적인 부끄러움(恥)을 느끼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보았다.
논어보다 훨씬 현실적인 ‘채근담’의 조언 한 구절을 덧붙인다.
十語九中(십어구중)이라도 未必稱奇(미필칭기)나
열 마디 말 가운데 아홉 마디가 맞더라도 반드시 기이하다고 칭찬하지 않지만,
一語不中(일어부중)이면 則愆尤騈集(즉건우변집)하며,
한 마디 말이 맞지 않으면 허물이 한꺼번에 몰려들며,
十謨九成(십모구성)이라도 未必歸功(미필긔공)이나
열 가지 꾀 가운데 아홉 가지가 성공하더라도 공으로 돌리지 않으나
一謨不成(일모불성)이면 則資議叢興(즉자의총흥)하나니
한 가지 꾀라도 이루어지지 않으면 비난하는 말이 때로 일어난다.
君子(군자)는 所以寧默(소이녕묵) 이언정
군자는 차라리 침묵할지언정
毋躁(무조)하고 寧拙(영졸)이언정 毋巧(무교)니라.
함부로 떠들지 않고 차라리 못난 체할지언정 재주를 부리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