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성 변호사의 논어 노트
어릴 때 들었던 구절.
여기서 樂은 ‘즐길 락’이 아니라 ‘좋아할 요’라는 것. 시험에 자주 나오곤 했다.
그냥 이 말만 뚝 떼어놓고 해석해보면 무슨 의미인지 잘 이해가 안간다.
이 문장은 논어 옹야편에 나오는데, 관련된 문장을 인용해 본다.
‘知者 - 물’, ‘仁者 - 산’의 조합은 어떤 의미일까?
이에 대해 주희는 ‘지자는 사리에 통달하여 두루 흐르고 정체하는 바가 없어 물과 비슷하니 물을 좋아한다 한 것이고, 인자는 원칙을 지키듯 제 자리에 머물러 진중하고 옮기지 않아 산과 비슷함이 있으므로 산을 좋아한다 한 것이다’고 풀이한다.
주희의 이러한 해석을 발판으로 좀 더 발전시켜 가보자.
지혜로운 사람은 상황판단이 빠르고 식별력이 높다. 어딘가에 정체되지 않고 막힘이 있으면 돌아가며 처신하고 사람들과 인간관계를 맺는다. 따라서 흐르는 물처럼 역동적이다. 아울러 지적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많은 것들을 보고 접하며 이를 또 다른 지식과 지혜로 승화시키는 것을 즐겨한다. 그런 지자의 모습에서 우리는 다이나믹(動)과 즐거움(樂)을 엿볼 수 있다.
마치 주역(周易)에서 말하는 ‘窮卽變, 變卽通, 通卽久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상황이 궁해지면 변화를 꾀하고, 변화를 꾀하다보면 실마리가 통하게 되고, 이런 식으로 문제를 돌파해 나가면 오래 갈 수 있다)와 맥을 같이 하는 느낌이다.
인자한 사람은 어떠한가.
기본적으로 공자는 仁者의 속성으로 ‘무겁고 쉽게 변하지 않음’을 내세운다.
이는 논어 이인편의 다음 구절에서도 확인된다.
공자가 자신의 제자 중 시종일관 칭찬만 했던 안회에 대해서 이렇게 평가한 대목에 주목한다.
즉, 인자한 자는 스스로 마음의 중심을 잡은 다음에도 그 상태를 편하게 여겨 오랫동안 버틸 수 있는 사람이다. 금방 일희일비하거나 눈앞의 이익을 위해 거동하지 않는다. 내게 손해가 된다 하더라도 그 손해 때문에 마음의 중심을 쉽게 흩뜨리지 않는다.
그러한 무거움이 인자의 덕목임을 강조한다. 그래서 인자는 고요하며(靜), 그런 고요함을 편히 여기기 때문에 오래간다(壽)는 것이다.
손자병법 군쟁편에 보면 상황에 따라 군사를 적절히 운영해야 함을 설명하면서 풍림화산(風林火山)에 비유한 부분이 나온다.
능력 있는 분들은 지자 모드와 인자 모드를 다 구비해 두고, 상황에 따라 그에 맞춰 움직여보는 것도 좋으리라. 욕심을 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