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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우성 변호사 May 06. 2017

내가 딛고 있는 토대가 씽크홀이 된다면...

조우성 변호사의 논어 노트

子曰, “唯上智與下愚不移.”

자왈  유상지여하우불이

- 논어 양화편 -      


공자는 말했다. “오직 지극히 지혜로운 자와 지극히 어리석은 자만이 변화하지 않는다."      


아주 지혜로운 사람(상지 ; 上智)이야 이미 좋은 상태에 있으니 그 상태를 벗어날 필요가 없어 계속 그 상태에 머물러 있으면 되고 변화할 필요도 없다.

문제는 하우(下愚 ; 지극히 어리석은 사람)다. 수양을 통해 이를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는 데도 변하지 않는다면 이는 문제다. 






어떤 이들을 하우라 하는가.     

이에 대한 정이천(程伊川)의 풀이.      


“하우(下愚)에는 두 가지 속성이 있으니 자포(自暴)와 자기(自棄)다.

자포하는 자는 자신의 본성이 뛰어나다는 것을 믿지 않음으로써 변화를 거절하는 것이고, 자기하는 자는 체념하여 변화를 위한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다. 성인께서는 자기 스스로 선(善)을 끊는 자들을 일컬어 하우라고 하신 것이다.“     




살다보면 변화가 필요할 때가 있다. 하지만 우리는 기존의 타성과 관성 때문에 변화를 귀찮아하거나 두려워한다. 변해야 할 때 변하려면 지혜와 용기가 필요하다. 둘 중 하나라도 부족하면 때에 맞춘 변화를 하기 어렵다.     


변화는 시공을 초월한 개념이 아니라 시공에 종속된 개념이다. 

2017년 4월에 필요한 변화가 있고, 2017년 6월에 필요한 변화가 있다. 2017년 4월에 필요한 변화를 2017년 6월에야 결심하고 실행한다면 때에 맞지 않은 변화로서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화(禍)를 불러 올 수도 있다.     




우리는 흔히 말한다.


‘사람은 안 변해.’ 

이 말을 전적으로 부인하기는 힘들다. 사람마다 타고 난 본성은 DNA속에 각인되어 있을 테니 변하기는 어려울 터.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변화’의 객체를
‘본성 자체’가 아니라
‘상황에 대한 판단력과 실행력’ 정도로 보면 어떨까?


독서와 경험을 통해 지식과 지혜를 축적한 사람이라면, 내게 주어진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라는 ‘올바른 판단’과 ‘적절한 실행력’을 가질 수 있으리라. 이는 ‘본성’과 바로 직결되는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적어도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어제보다 나은 오늘, 내일을 만들기 위해서는 보다 나은 판단력과 실행력을 갖추어야 할 것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자포자기하지 말고 내 속의 능력을 믿고 자기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주역의 근본 주제 중 하나인 窮卽變, 變卽通, 通卽久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상황이 궁해지면 변화를 꾀하고, 변화를 꾀하다보면 실마리가 통하게 되고, 이런 식으로 문제를 돌파해 나가면 오래 갈 수 있다) ’에서 말하는 핵심 주제도 ‘변화하라’이다. 


내가 만나는 사람(의 지위, 감정, 상호 관계)이 변하고 세상도 변하는데 내가 변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 것인가. 사회적인 존재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없을 지 모른다.     




사실 “唯上智與下愚不移.”라는 문장 앞에는 그 해석의 단초를 제공하는 문장이 나온다. 이 두 문장은 서로 결합해서 해석해야 한다.     


子曰, “性相近也, 習相遠也.” 

자왈 성상근야 습상원야

- 논어 양화편 -      


공자는 말했다. “본성은 서로 비슷하나, 익히는 것에 의해 서로 멀어지게 된다.”


공자는, 인간의 타고난 본성은 비슷하지만 깨어있는 자세로 어떻게 익히는(習 ; 습)가에 따라 그 결과는 상지에서 하우까지 큰 차이가 난다고 보았던 것이다.  


“습(習)”.
왠지 익숙하지 않은가?
논어 제일 첫머리.
학이시습(學而時習)에 나오는 바로 그 ‘습’이다. 


배우고(學), 틈 나는대로 수시로 익히는 것(時習). 

그것이야 말로 나를 발전시키는 본질적인 행위다.     




내가 발 딛고 있는 상황을 변하지 않는 상수(常數)라 여기고 그에만 의존하여 살아간다면, 그럼으로써 때에 맞춘 변화의 기회를 놓치고 만다면 갑자기 그 토대가 무너지는 씽크홀을 경험할수도 있다. 

리스크가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초연결시대에 유연성(flexibility)은 중요한 생존요소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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