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캐스트 - 조우성변호사의 인생내공
큰 뜻을 품은 사람이라면 작은 치욕을 거뜬히 이겨내라
유방이 항우를 이기고 한나라를 세우는데 가장 큰 공헌을 한 사람은 바로 대장군 한신(韓信)이다. 하지만 젊었을 때 그는 밥을 빌어먹을 정도로 가난했다. 어머니가 죽었지만 장례식도 치를 수 없을 정도로 어려웠다. 그렇다고 뛰어난 재주나 언변도 없어 그저 남의 집에 얹혀 얻어먹곤 했다. 따라서 그를 아는 사람은 누구나 싫어했다.
그의 고향인 회음(淮陰)에서 있었던 일이다.
어렵게 지내고 있었으므로 다들 그를 보면 업신여기거나 놀려대곤 했다. 하지만 마음 속에 큰 뜻을 품고 있었기에 항상 칼을 차고 다녔던 그였다. 어느 날 그런 모습이 눈에 거슬렸던 깡패(푸줏간 패거리) 중 한 명이 한신에게 말했다.
“네 놈이 덩치는 큼직하게 생겨서 밤낮 허리에 칼은 차고 다니지만 사실 네 놈은 겁쟁이일 뿐이야. 너, 만약 사람을 죽일 용기가 있다면 어디 그 칼로 나를 한 번 찔러 보아라. 그러나 만일 죽기가 싫다면 내 가랑이 밑으로 기어나가라!”
한신은 잠시 생각하더니 묵묵히 그의 바지가랑이 밑을 기어서 나왔다. 이 일로 해서 온 장바닥 사람들은 다들 그를 겁쟁이라고 비웃었다.
사기 원문에 보면, 한신이 깡패의 가랑이 밑을 기기 전에 그 깡패를 ‘한참 빤히 쳐다보았다(熟視)’라고 기록되어 있다. 한신의 실력이면 그 깡패를 단칼에 베어 버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큰 뜻을 품고 있는 한신이 그 깡패와 싸우거나 그로 인해 살인을 저지르게 되면 그 이후 자신의 계획은 일그러지고 만다. 아마도 한신은 그 깡패를 ‘한참 빤히 쳐다보면서’ 이를 꽉 깨물었을 것이다.
한신이 훗날 크게 출세한 다음 자신을 가랑이 밑으로 기게 했던 그 깡패를 기어이 찾아내서 그에게 작은 벼슬을 주었다. 이는 한신 스타일로 그 깡패에게 모욕을 주고 되갚음을 한 것이다. 한신의 대단하면서도 뒤끝있는 성격이 나오는 대목이다.
사마천은 한신의 과하지욕 고사를 통해, 큰 뜻을 품은 사람이라면 작은 치욕을 거뜬히 이겨내라는, 그런 일로 심장에 스크래치 내지 말라는 가르침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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