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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우성 변호사 Jan 17. 2020

20년째 선물을 보내오는 후배

조우성변호사의 법과 인생

어느 후배.

추석과 설 마다 선물을 보내오는 후배 A.
방금도 백화점에서 한라봉 셋트가 배달될 거라고 연락이.
이 후배만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해 집니다.



1997년 신참 변호사 시절. 절 찾아온 후배는 사법시험 공부 딱 2년만 더 하고 싶은데 집에서는 더 이상 지원이 안되니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려 한다면서, 제게 어렵게 연대보증을 요청했습니다.




원래 보증은 서주는 거 아니다라는 얘기(예전 저희 법과대학 시절, 채권법을 가르치시던 故 H교수님은 보증 파트 수업을 시작하시면서 '여러분, 절대 보증은 서지 않는 거다. 이거만 알면 보증은 다 배운겁니다.'라고 하시던 말씀이 기억납니다)가 있지만, 후배의 간절한 요청도 있었고, 또 금액도 여차하면 제가 감당할 만하다고 생각했기에 선선히 보증을 섰습니다.



대학 은사 황적인 (민법) 교수님


결국 그 후배는 2년 정도 더 사법시험에 도전을 했는데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고, 모 기업의 법무팀에 입사했지요.
물론 대출금은 본인이 다 갚았기에 제겐 아무런 피해도 없었습니다.




그로부터 20년.

그는 매년 추석과 설에 선물을 보내 옵니다. 단 한번도 빠진 적이 없습니다. 

'00야. 매번 무슨 선물을 보내고 그러노.'라면서 손사래를 치지만 꾸준하게도 20년 동안 보내고 있습니다.


간절하고 힘들 때의 도움 한번이 그 친구에겐 정말 오랫동안 기억에 남나 봅니다. 

저 역시 도움을 받았던 분들의 호의를 잊지 말아야겠다는 가르침을 그 후배로부터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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