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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우성 변호사 Feb 23. 2020

리더의 공정성(fairness), 풀을 눕히는 바람이다

조우성변호사의 리더십 강의


S 테크 김 사장. 

30대인데도 통찰력, 문제해결능력이 뛰어나다. 5년 전 3-4명 직원으로 사업을 시작했는데 금새 몸집을 불려 직원 30명 규모의 중소기업이 되었다. 기술력을 인정받아 굵직한 계약도 연이어 따내고 이를 바탕으로 여러 VC(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도 받았다. 


그러던 회사가 직원 문제로 큰 분란이 생겼고, 결국 회사가 쪼개지는 아픔을 겪었다. 대체 S 테크에는 무슨 일이 벌어졌었나.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필자는 고문변호사로서 오랜 기간 이 회사를 지켜보면서 내면적인 사정을 알 수 있었다.


김 사장은 소위 ‘우뇌형’ 리더다. 논리적 접근보다 기민한 상황판단과 상대방의 감정에 호소하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직원들을 이끄는 방식도 그렇다. 일정한 기준이나 Rule에 의해서가 아니라 김 사장의 개인기와 감(感)에 많이 의존하는 스타일이다.


김 사장은 ‘내 사람은 꼭 챙긴다’라는 마인드를 강하게 가지고 있다. 업무에 다소 잘못이 있다 하더라도 사장에 대한 충성심은 이런 문제를 다 덮을 수 있다고 보았다. 이런 식의 접근은 사장 중심의 조직문화를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 직원들이 소수일 때는 이런 방식이 나쁘지 않았다. 문제를 돌파하는 데 조직응집력은 도움이 되기도 했다.


그 후 S 테크는 외부에서 우수한 인원들을 영입하면서 조직이 커지고 구성원도 다양해졌다. 실적보다는 사장과 어느 정도로 가까운지에 따라 평가가 이루어지고, 이를 당연시하는 분위기가 확산되자 실력 있는 외부 영입자들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멤버들이 새로운 영입자들의 성과를 가로채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영입자들은 이 점을 문제 삼았는데 사장은 자신의 오른팔격인 기존 멤버들을 오히려 옹호하자, 영입자들은 자신의 연구 결과를 가지고 창업을 했고, 이 과정을 막지 못해 회사는 두 쪽이 나버린 것이다.


김 사장은 과연 무슨 잘못을 저지른 것일까? 

리더로서 중요한 덕목인 ‘공정(fairness)’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리더는 모든 책임을 최종적으로 혼자 떠안아야 하는 외로운 존재이다 보니 ‘내 편’을 갖고 싶은 심리적 방어기제가 있다. 설령 그 말이 옳다 하더라도 리더의 약점을 콕콕 지적하는 직원보다는 듣기 좋은 말만 하는 직원에게 더 정이 가고 그와 더 시간을 보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단순히 좋은 인간관계를 갖는 것이 목적이라면 이런 온정적인 태도가 문제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계속기업(Going concern)으로서의 영속성을 생명으로 하는 기업경영에 있어서는 리더의 이러한 행동이 불러올 부정적인 파급효과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관련해서 법가 사상가인 한비자의 ‘형명참동(形名參同)’을 참고해 볼 만하다. 한비자는 그의 저서에서 조직원의 말(名)과 행동(形)을 대조해서 상호 일치(同)하는지 살피라(參)고 했다. 조직원이 어떤 일을 하겠다고 말한 후에 그것을 그대로 실천하여 성과를 이루었는지 대조하여 살펴보고, 만일 일치하면 상을 주고 그렇지 않으면 벌을 내리라고 했다.(신상필벌)


군주의 신상필벌이 분명해야 신하들이 군주를 믿고 진심을 다하지만 반대로 말만 번지르르하고 성과가 없음에도 군주에게 별다른 지적을 당하지 않는다면 신하들이 기교를 부릴 생각만 하고 진정으로 나랏일을 걱정하지 않게 된다고도 했다. 그래서 군주는 자신이 미워하는 자라도 상을 받을 일이 있으면 반드시 상을 주고, 자신이 총애하는 자라도 잘못을 하면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질책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러한 기준을 무너뜨리면 결국 신하들은 군주에게 아첨하기에만 바빠지고, 진정한 충신은 힘을 잃고 조직을 떠난다고 경고했다. 유능한 인재가 적재적소에 쓰이지 못하는데 누가 남아 있겠는가.


말과 행동이 일치해야 한다는 원칙은 조직원뿐만 아니라 리더 본인도 반드시 지켜야 하는 덕목이다. 회사의 총책임자가 자기가 한 말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어느 누가 책임지는 자세를 보이겠는가. 리더가 느끼지 못할지는 모르지만 직원들은 리더의 말과 행동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한다. 리더의 단점, 일하는 습관과 방식 등은 그대로 조직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회사에 존재하는 Rule 이나 기준을 리더 스스로 무시하기 시작하면 이를 조직원들에게 준수하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공자의 말을 빌리자면 리더는 바람이 되어야 한다. 공자는 “군자의 덕은 바람이요, 소인의 덕은 풀이다. 풀 위로 바람이 불면 풀은 반드시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눕게 마련이다”라고 했다. 리더는 풀 한 포기씩 일일이 잡고 그 방향을 바꾸려 애쓸 것이 아니라 큰 바람을 일으켜 전체 풀의 방향을 바꾸어야 한다. 이러한 큰 바람을 조직에서 비유하자면 Rule이요 기준이 될 것이다. 풀 한 포기씩 일일이 잡아채는 개인기로 조직을 운영하는 것은 리더에게는 너무나 힘겨운 일이요 일관성,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





김 사장은 비싼 수업료를 치뤘음을 스스로 인정했다. 투자사들에게도 이 점을 솔직히 반성하고 더 나은 경영자가 되기 위해 회사 내의 규정을 재정비하고 무엇보다 김 사장 스스로 공평무사한 평가를 진행하겠다는 뜻을 대내외에 공표했다. “경험하지 않는 것이 더 좋았겠지만 분명 제겐 좋은 약이 되겠지요?” 역시 김 사장은 멋진 사람이다. 그의 건투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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