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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우성 변호사 Aug 03. 2022

아빠의 스토리텔링

몇 년 전 이야기.


사업을 운영하던 친구 A는 부도를 맞게 되고, 여러 법적인 조치를 당하던 와중에 집 재산에 빨간 딱지가 붙는 상황이 발생하게 됨(법적으로 표현하면 유체동산 가압류).


집에 사람들(집행관)이 와서 빨간 딱지를 붙이는 일을 막상 당해야 한다고 하니 눈앞이 캄캄해진 A.


특히 초등학교 아이 둘(남자)이 그 광경을 보고 얼마나 충격을 받을지 걱정이 태산이었죠.


제게 해결책을 물어 보는데, 당장 빚을 갚을 수 없는 현실이고, 채권자(캐피탈사)는 자기네 회사 매뉴얼에 따라 조치를 취하는 상황이라 읍소한다고 들어주지도 않고. 딱히 방법이 없었습니다.


A와 저는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다가 결국 중요한 포인트는 '아이들이 공포스러워하거나 놀라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기에 상황극을 만들어 보기로 했죠.


이렇게 설명하는 겁니다.


"얘들아, 아빠가 아빠 친구와 부루마블 게임을 했는데, 졌어. 3판을 내리졌어. 어른들끼리 게임하다 지면 벌칙으로 그 사람 집 가구에 빨간색 딱지를 붙이게 돼. 며칠 있다가 그 친구가 딱지 붙이러 와. 아빠가 다음에는 꼭 이겨서 그 친구 집에다가 딱지 붙이도록 해야지. 아. 억울해"


그러자 애들은 "아빠 왜 졌어~~. 다음에 이기면 되지 뭐."라고 반응하더랍니다.


막상 집행일날 집행관이 왔을 때도 아이들은 '야. 어른들 부루마블은 재밌네~'라는 표정을 하면서 지켜보더랍니다.


덕분에 A가 걱정하던 것처럼 아이들이 정신적으로 상처받는 일은 없었다고 합니다.


그 A가 오랜만에 연락왔네요.


상황이 그동안 많이 좋아졌다고 합니다.


작은 일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고도 하구요.


A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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