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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우성 변호사 Aug 27. 2022

<가장 가까운 사람이 가장 아픈 공격을 한다>

소송과정에서는 양 측의 적대감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드라이하게 법리적으로만 싸우는 경우보다 이판사판 감정싸움이 결합되는 일이 더 많다. 싸움이 치열해 질수록 의뢰인은 더 악랄하게 바뀐다. 변호사는 그런 의뢰인을 진정시키느라 애를 먹곤 한다.



상대방을 공격할 때는 그의 약점에 집중한다. 그 부분을 때려야 가장 아프니까. 



굳이 이런 주장까지 해봐야 소송의 결과에는 영향이 없습니다, 자제하시는 것이 어떨가요 라면서 상대방 약점 공개를 하지 않도록 조언하지만, 소송의 결과와는 무관하게 이 부분은 공개적으로 밝혀서 골탕을 먹이고 싶어요 라는 말을 하는 의뢰인도 있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상대방과 가까웠던 사람일수록 그의 내밀한 약점을 많이 알고 있었다. 하기야 데면데면한 사이에서는 약점을 알래야 알 수가 없을 터이다.



본인의 약점을 처음부터 남에게 쉽사리 털어놓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 사람과 친해지고 싶어질 때 나와 그 사람 사이에 마음의 통로를 만드는 방법으로 내 약점을 드러내는 경우가 있다. 



‘저런 이야기까지 하다니’라는 생각이 들면 상대를 달리 보게 되고 나 역시 뭔가를 더 베풀어야 한다는 채무감도 생겨 내 약점도 덜컥 얘기해 버린다. 약점을 공유하면서 둘은 더 끈끈한 유대감을 갖게 된다. 약점을 몰랐을 때보다 한결 돈독해진다.


     


하지만 사람 관계는 수시로 변한다. 이게 함정이다. 언제나 한결같을 수 없는 것이 관계다. 가까웠던 사이가 틀어지면서 서로 반목하기가 일쑤다. 특히 이해관계로 분쟁이 생겼고, 나는 내 권리를 지키고 내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상대를 공격하는데, 그 과정에서 도움이 된다면 내가 이미 알고 있던 상대 약점을 건드리게 된다.       



‘아, 왜 그때 그런 이야기를 저 인간에게 했을꼬’라고 후회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아무리 싸움을 한다지만 이것까지 건드리는 건 선 넘는 거 아냐?’라고 원망해 보지만 전투모드로 돌입하여 상대를 박살내는 데 온 신경이 집중된 상대방에게 자제를 요구하는 건 헛된 기대일뿐. 오히려 나 역시 기억을 더듬으며 공격할 약점을 찾으려 노력한다.    



가장 가까웠던 사람이 가장 아픈 공격을 한다. 슬프지만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따라서 내 약점을 누군가에게 드러내는 일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빨리 저 사람과 친해지고 싶은 마음에 내 약점을 공유하고 싶어지더라도 오늘의 이 결정이 먼 훗날 어떤 식으로 되돌아올지를 차분히 냉정하게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그 정도의 리스크 관리는 해야 하니까.



<채근담>에 나오는 이 구절. 내가 참 좋아하는 구절이다.      



‘人情反復 世路崎嶇 인정반복 세로기구’


‘사람의 마음(정)은 수시로 뒤집어지고, 세상의 길은 좁고 험하다.’     



여기서 ‘반복’은 ‘계속된다(repeat)’의 의미가 아니라 ‘번복(뒤집어진다)’으로 해석해야 한다. 사람의 마음은 결코 한결같지가 않아 언제든 뒤집어질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부모자식, 형제 간에도 의가 상할 수 있고, 그토록 사랑해서 결혼한 부부도 이혼하는 마당에, 사회에서 이해관계로 만난 사람끼리 과연 얼마나 오랫동안 한결같을 수 있을까? 그 믿음의 결속이 얼마나 허약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면 아찔하다.     



그 사람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하기 위해 내뱉었던 나의 약점이 시간이 흘러 나를 가장 아프게 공격하는 재료가 되는 사례를 많이 보아온 나로서는, 인간관계가 그래서 참 어렵구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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