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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를 받아들이는 지혜 - 묘이불수자

by 조우성 변호사

나를 돌아보게 하는 문구(20) 묘이불수자


#1

子曰: "苗而不秀者有矣夫! 秀而不實者有矣夫!"

(자왈: "묘이불수자유의부! 수이불실자유의부!")

- 논어 자한편 -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싹이 돋았으되 꽃이 피지 않는 것도 있고, 꽃이 피었으되 열매가 맺히지 않는 것도 있도다!"

원래 이 문장은 '중도에 그만두지 말고 끝까지 노력할 것을 비유적으로 역설한 것'으로 풀이한다.


#2

그런데 나는 이 문장을 처음 읽으면서 '노력해도 안 되는 일도 있다. 그걸 받아들일 줄 알아야한다.'로 잘못 이해했었다. 이렇게 해석하는 것은 다분히 운명론적인 주역 가르침 느낌이다.

나이를 먹다보니 '노력하면 이룰 수 있다'에서 '노력해도 안되는 것이 많다'를 인정하게 된다. 그걸 받아들이면 마음이 다소 편해진다.

논어에서 뽑아낸 문장을 주역식으로 해석해보는 것도 공부의 묘미가 아닐까.


#3

한비자에도 이와 유사한 문장이 있다.


천하에는 확실한 원리 3가지가 있다.


첫째, 지혜가 있더라도 공을 세울 수 없는 경우가 있다.

둘째, 힘이 있더라도 들어올릴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셋째, 강하더라도 이길 수 없는 경우가 있다.


비록 지혜가 있더라도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없으면 큰 공을 세우지 못할 것이다.

시기란 충족될 때와 공허한 때가 있고, 일이란 유리할 경우와 불리한 경우가 있으며, 사물에는 생과 사가 있다.

군주가 이 세 가지 때문에 기쁘거나 노하는 기색을 나타낸다면 금석(金石)같이 굳은 충성스런 마음도 떠날 것이며, 성현의 무리들도 회의를 느낄 것이다.

- 한비자 관행(觀行)편 -

#4

한비자에 대해 오해하는 분들은 그가 '냉엄한 실적주의', ‘안 되면 되게 하라’만을 강조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일이 이루어지지 않은 전체적인 맥락을 보고 냉정한 판단을 해야지, 일희일비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경고하고 있다.

군주가 일희일비하면 어떻게 된다고?

한비자는, 충성스런 신하들도 떠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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