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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우성 변호사 Jun 28. 2023

말하지 않을 권리, 묵비권

Life in Law (1) 말하지 않을 권리, 묵비권     


#1

“영호씨, 어제 밤에 왜 전화가 꺼져 있었어?”

“아... 그,..,”

“어디 갔었던 거야? 말해봐!”

“아...그..”

“말하라니까? 어디 갔었던 거아?”

“음... 말하지 않겠어. 진술을 거부하겠어”

“죽을래?”     


#2

연인끼리 대화하다 자신에게 불리한 사항에 대해서 진술을 거부하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고, 뒷감당을 하기 어려울 것이다.          

진술거부권이라는 말은 다들 들어봤을 것이다. 묵비권이라고도 한다. 이 권리는 일반 법률이 아닌 헌법에 규정되어 있다.     


헌법 제12

모든 국민은 고문을 받지 아니하며,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     


규정을 보니 두 가지 생각이 든다.

어라? 고문을 받지 않는다는 조항과 같이 규정되어 있네?

‘형사상’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네?     


#3

진술거부권은 역사적으로, 강제적인 고문에 의한 자백의 강요를 막아 피의자, 피고인의 인권을 보호하려는 취지에서 나온 역사적 산물이다.

그리고 형사사건의 경우는 유죄의 입증책임이 검사에게 있다. 검사가 유죄를 입증하기 전에는 피고인은 ‘무죄로 추정’된다. 즉 피고인이 자신이 무죄임을 적극적으로 입증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검사가 피고인이 유죄임을 적극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따라서 피고인은 굳이 자신에게 불리한 사항에 대해서는 말을 하지 않고 버텨도 되는 것이다.     


#4

그런데 솔직히 궁금하다.

진짜 수사기관이나 법정에서 질문을 받을 때 내게 불리하다고 판단해서 진술을 거부하면 ‘뭔가 찔리는 게 있어서 묵비권 행사하는 거 아냐?’라는 인상을 줄 수도 있고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괘씸죄가 적용되어 결과적으로 더 불리하게 작용하는 거 아닐까 라는 의문. 

나 역시 많이 듣는 질문이다.     


#5

적어도 묵비권은 헌법에 규정되어 있는 권리이므로, 묵비권을 행사했다는 이유만으로 불리하게 다루어져선 안 된다. 다만 이런 문제가 있다.     

형사사건에서 나중에 형벌의 정도를 정할 때(양형, 量刑) ‘반성을 제대로 하고 있느냐’가 중요한 판단요소가 된다. 수사 과정에서 여러 증거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눈 딱 감고 묵비권을 행사하면 판사가 볼 때 ‘저 피고인은 정말 반성하지 않는군.’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바로 이러한 관점에서, 증거가 존재함에도, 그래서 유죄가 인정될 가능성이 큰 데도 계속 묵비권을 행사하면 ‘반성으로 인한 양형참작’을 받지 못하게 되어 결과적으로 중한 형벌을 받을 수도 있다.     


#6

그래서 묵비권을 쓰라는 말이야 쓰지 말라는 말이야?     

드라마에 보면 흔히 나오는 장면

“변호사가 올 때까지는 일단 진술하지 않겠습니다.”
 

이런 대응은 현명하다. 내가 수사관에게 툭툭 내뱉는 진술이 나중에 엄청난 임팩트를 가져올 수 있으니 말이다.

법은 상식이라지만 형사사건의 대응은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함부로 쓰기에도, 그렇다고 안 쓰기도 애매한 녀석이 진술거부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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