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M&A팀으로 단기 임대되다

by 조우성 변호사

<뚜벅이 변호사 태평양 로펌 가다>(28) M&A팀으로 단기 임대되다


#1

갑자기 옆 방(황보영 변호사님 방)에서 “아하하하하하~”라는 높은 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아, 저 소리. 이미 유명한 소리다. 마치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모차르트가 신들린 듯 웃는 저 소리. 한이봉 변호사(rbh)의 웃음소리다.

워낙 웃음소리가 독특해서 이 선배 별명이 모차르트다. byh 방에 온 모양이다.

태평양에는 대표적인 스타변호사들이 있다. 오양호(yho), 서동우(dws), 한이봉(rbh), 황보영(byh)이 대표적인데, 대부분 사법시험 수석이나 그 비슷한 성적의 사람들이다. 나 같은 평범한 사람과는 차원이 다르다. 뒤에 들은 이야기인데 byh는 학력고사도 차석을 했었다고 한다.


#2

우리 김인섭 대표변호사님(ISK)이 처음 태평양을 만드시고는, 초상위급 사법연수원생들을 일일이 만나서 삼고초려 하셨다고 한다.

예전에는 사법시험 성적이 좋으면 바로 판사를 지원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었다. 하지만 ISK는 연수생들을 만나서, 앞으로 법조 시장은 변화할 것이며, 미리 전문분야를 정해서 실력을 쌓아놓으면 훌륭한 법조인으로서의 길을 갈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일일이 설명하셨다고 한다.

그 개별 접촉의 결과 스타급 사법연수원생들이 태평양에 속속 입사했고, 이를 본 또 다른 후배들이 태평양에 잇따라 지원하는 계기를 마련했던 것이다. 한이봉 변호사(rbh)는 사법시헙 28회 수석합격이고, 서울법대 83학번. 황보영 변호사(byh)와는 대학 동기이다. rbh는 당시(1998년) M&A팀을 이끌고 있었다.


#3

rbh는 하버드 유학경험도 있어서 그런지 영어가 아주 유창하다. 당시 태평양 로펌 내에서 영어 잘하기로는 남자변호사는 rbh, 여자 변호사는 byh가 쌍벽을 이루고 있었다. 아무리 영어를 좀 한다고 해도, 한국 변호사들은 국제거래를 할 때에는 통역 역할을 하는 미국변호사를 중간에 둔다. 하지만 rbh나 byh는 통역 없이 바로 영어로 소통을 한다고 했다.

rbh는 전화로 미국과 영어 회의를 진행하면서, 동시에 PC로 다른 사건의 의견서를 동시에 써내려가는 게 가능하다는 그런 전설 같은 이야기가 전해진다.


#4

byh의 호출을 받아 옆 방으로 갔다. rbh에게 인사를 했다.

“조변호사, 자네 byh 밑에서 잘 버틴다매? 신기하데이. 진짜로...”

“와이라노? 내가 뭘 어때서. 내가 얼마나 잘해 주는데.”

byh는 동기 rbh에게 눈을 흘겼다.

“아이고... 우리 byh. 대학때는 가냘프고 참 고왔는데, 나이가 드니... 성격도 강해지고 완전...”

“거...참. 내가 어때서? 남의 팀에 와서 이상한 소리만 해대네.”

역시 동기들끼리라 허물없이 잘 지내는 것 같았다.

byh가 내게 용건을 말했다.

M&A팀에서 큰 deal을 하나 하는데, 그 due diligence 과정에 IP팀의 지원이 필요해서, 지원요청을 하러 온 것이었다. 보통 M&A를 하려면 인수하려는 기업이 인수되는 기업을 사전에 실사하는 단계가 필요한데, 그 ‘실사’를 due diligence라고 한다. 인수되는 기업의 모든 자료를 다 펼쳐 놓고 면밀히 검토하는 것이다. 과연 인수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또는 미처 놓치는 하자는 없는지 등을 살피는 것. 마치 몸값 높은 축구 선수를 영입할 때 철저하게 메디컬 테스트를 하는 과정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이번 due diligence에는 지식재산권 관련 서류와 라이센싱 계약서가 많기 때문에 이 부분을 전문적으로 검토할 인원이 필요하다고 한 것이고, byh는 나를 M&A팀에 잠시 파견해서 일을 도와주기로 한 것이다.


#5

“조변, 니, rbh가 술 사주고 꼬신다고 그리로 완전히 가믄 안된다이? 이번 실사만 빨랑 하고 돌아와야 한데이. 알았제?”

아? 내가 잘 하면 M&A팀으로 갈 수도 있다는 건가? 멋지잖아, M&A팀?

그러자 rbh가 손을 휘휘 저었다.

“아이구, 걱정 말거라. byh. 네가 총애하는 마당쇠를 뺏어갔다가는 내가 살 수 있겄나? 잘 쓰고 돌려줄게.”

허허허... 마당쇠... 허허허... 난 도망을 갈 수 없는 운명이로구나.


p.s.RBH,이제 대표가 되셨구나...


https://www.chiefexe.com/news/ArticleView.asp?listId=MzYwNnx8bGltaXRfZmFsc2U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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