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 byh에게 신임을 얻은 과정 – 2편

by 조우성 변호사

<뚜벅이 변호사 태평양 로펌 가다>(37) byh에게 신임을 얻은 과정 – 2편


#4

아... 그랬구나. 나는 due가 목요일이면 어떻게든 멋진 의견을 정리해 보려고 목요일 오후까지 끙끙대고는 결과물을 제출한다. 그럼 상당수 의견은 선배에 의해 재수정을 거친다. 맞네... due가 만약 의뢰인에게 제출해야 하는 날짜라면 목요일에 나의 허접한 의견을 받은 선배는 그거 수정하느라 막판에 정신이 없겠는걸?

“내가 선배에게 점수 딸 수 있는 비법 하나 더 알려줘?”

뭐야, 이 친구. 꿀단지네. 꿀이 계속 나오네...

“선배가 잘못을 지적할 때 대응을 잘 해야 해. 내가 경찰 생활할 때 선배들이 지적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그때 나는 ‘사실은 그게 아니고요’라는 식으로 나를 변명하려고 노력했어. 그러다 보면 선배와 말싸움 비슷하게 되는데, 사실 선배는 내게 가르쳐주려고 한 경우도 많았거든. 그럼 그냥 잘 들으면 되는데, 나는 그걸 비난이라 생각하고 어떻게든 나를 쉴드 치려고 했단 말이지. 그게 참 어리석은 짓이더라구. 그래서 마음을 바꿔 먹었지. 언젠가부터는 선배가 나를 지적하면 ‘저, 선배님. 제가 좀 적으면서 들어도 되겠습니까?’라 말하고는 수첩을 꺼내서 적으면서 들었지. 자기가 지적하는 내용을 충실하게 적어내려가는 후배를 싫어할 선배는 없어. 난 여기서도 선배들이 지적하면 그렇게 해. 선배들이 좋아라 하더라구.”

아... 이 친구 여우네. 이런 깜찍할 데가.


#5

나는 IP팀으로 건너와서 byh랑 일을 할 때 KJJ의 방법을 그대로 써먹었다.

byh가 사건을 맡기면 반드시 중간보고를 했다. 말이 중간보고지 ‘저... 사실 여기까지는 알고 이 다음은 잘 모르겠는데 우찌하면 됩니까’였다. 그럼 byh는 자기 의견을 말해주거나, 자기도 잘 모를 때는 어느 부분을 찾아보라고 tip을 줬다. 나 혼자 끙끙대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접근이 가능했다. 그리고는 예정 due date보다 하루 이틀 먼저 내 의견을 정리해서 보고했다.

물론 byh가 날 지적할 때도 있었다. byh가 조곤 조곤 말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높은 톤으로 야단치는 스타일이라 다른 후배들은 그게 좀 힘들었나 보더라. 그런데 그거야 뭐 말하는 스타일의 차이니까 개성이라 생각했다. 그 정도야 뭐...

그리고 KJJ가 가르쳐 준 비법을 썼다. byh가 내게 야단칠 때는 수첩을 갖고 가서 적으면서 들었다.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면서 말이다. byh는 그런 내 모습이 신기하게 보였나 보다.

한 번씩 byh는 내게 등짝 스매싱을 날리곤 했다. 그건 진짜 친하니까 할 수 있는 애정(?) 표현 같은 거라 생각했다.


#6

언제부턴가 나는 byh의 문고리 권력이 되었다. 당시 다른 부서의 선배들이 IP팀에 업무 협조 요청하러 오는 일이 많이 있었다. IP팀이 워낙 특수한 업무를 하는 곳이었고, 또 byh의 영어실력이 탁월해서 byh의 지원이 필요한 경우가 꽤 있었다.

그럴 때마다 선배들은 byh 방에 들어가기 전에 내 방을 들렀다.

“조변, byh 요즘 심기가 어때?”

그럼 나는 정보를 알려준다. “롯데 상표건 최근에 결과가 안 좋아서 지금 무지 뿔이 나 계십니다.”

“그럼 지금 부탁하면 거절할 확률이 높겠네?”

“네, 하루만 더 있다가 오시죠. 그게 좋겠습니다. 제가 연락드릴게요.”

이런 식으로 나는 byh의 권력을 등에 업고 다른 선배들에게 뻐기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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