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사이트 구축의 험난한 길

by 조우성 변호사

<뚜벅이 변호사 태평양 로펌 가다>(62) 사이트 구축의 험난한 길

#1

로앤비 조직이 어느 정도 갖춰진 2000년 9월부터 본격적으로 사이트 구축 작업에 돌입했다. 외주사로 C사를 정했다. 사이트 구축 관련해서는 이해완 CEO와 안기순 변호사가 전체적인 계획을 짜고 개발사와 미팅을 가졌다.

당초 이해완 CEO는 경영총괄을, 나는 마케팅과 기획을, 안 변호사는 개발을 담당하기로 역할분담을 했다. 이해완 CEO와 안 변호사가 사이트 구축에 매진하는 동안 나는 앞으로 사이트가 완성된 이후 어떻게 서비스를 판매할 것인가를 미리 준비했다.

#2

2000년 11월, 그 동안 사내벤처조직으로 있던 로앤비가 주식회사 형태로 전환되었다. 태평양과 선배들이 투자해 준 10억 원을 자본금으로 납입했다. 이제 진정한 시작이다. 그 와 중 한 가지 정리해야 할 문제가 있었다. 로앤비 경영진의 급여 책정이었다. 세 명의 경영진은 형식적으로는 법무법인 태평양 소속이었으나 실질적으로는 로앤비라는 벤처 기업 소속이다. 그리고 로앤비 일만 하게 되었다(그것이 언제까지일지는 모르지만). 따라서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들이 받는 급여를 그대로 가져가는 것은 좀 이상했다. 그 급여도 태평양이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금에서 받아가는 것이 맞다. 아직 매출도 없는 상황에서 대형 로펌 변호사들의 급여를 가져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태평양 내에서 이 문제를 지적하는 변호사가 있었나 보다.

#3

이해완 CEO, 나, 안 변호사는 “태평양 기준과는 달리 벤처기업 기준으로 급여를 책정합시다.”라고 결단했다. 그리고 그 뜻을 태평양 집행부에 전달했다. “그래요, 좀 서운하겠지만, 그래도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것이 주주인 태평양 파트너들에게 큰 신뢰를 줄 겁니다. 잘 해서 대박내면 되죠.” 오용석(YSO) 대표변호사님은 우리를 격려했다. 동시에 공간도 태평양에서 독립하기로 했다. 태평양이 있던 역삼동 한국타이어빌딩 근처 작은 빌딩의 한 층을 임대했다. 건물 컨디션이 한국타이어빌딩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열악했다. 태평양에서 방까지 빼고 나니 이제 진짜 벤처사업을 하는 느낌이 들었다. 결국 빨리 사이트를 구축하고 돈을 벌어야 한다. 실전이다.

#4

로앤비가 강점으로 내세우는 부분은 판례와 법령을 충분히 확보해서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것이다. 그 판례와 법령 소스를 구하기 위해서 이해완 CEO는 대법원측과 협의를 했다. 로앤비가 사기업이기는 하지만 나름 공익적인 요소가 있음을 감안하여 대법원은 판례를 제공해 주기로 했고, 대신 로앤비는 대법원에 로앤비가 구축된 이후 ID를 무상 제공하여, 모든 판사들이 업무를 할 때 편하게 로앤비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게 하도록 약속했다. 판례와 법령 자료를 수집한 후 이를 재가공하는 일은 로앤비 직원들의 몫이었고, 이를 안 변호사가 총괄 지휘했다. 지금은 일반화되어 있지만 법률 안에 다른 법률을 링크로 연결하여, 링크만 누르면 해당 법률로 이동하는 방식이라든지, 법령 3단보기(법 – 시행령 – 시행규칙) 기능도 기술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나는 태평양이 보유하고 있던 다양한 계약서들을 표준 포맷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수정하는 작업을 맡았다. 사이트에 올라갈 다양한 컨텐츠를 구축하는 일은 엄청난 노가다를 수반했지만 재미있게 했다. 나중에 사이트가 완성되어 세상 사람들에게 모습을 드러내면 그 반응이 어떨까 기대하는 재미로 버텼던 것 같다.

#5

사이트 하나가 완성되는 것이 그리 힘든 일일 줄은 미처 몰랐다. 이해완 CEO와 안 변호사는 거의 매일 개발사들과 회의를 했고, 가(假)오픈을 한 이후에는 버그를 잡는데 또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정식 오픈 날짜를 미루고 미루다가 드디어 2001년 2월 6일로 잡았다. 사이트가 처음 오픈되었을 때 고객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면 그 신뢰를 다시 화복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든다. 그래서 다소 늦어지더라도 완벽한 모습으로 오픈하자고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그렇게 해서 2001년 2월 6일, 로앤비 사이트(www.lawnb.com)는 세상에 첫 선을 보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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