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이 변호사 태평양 로펌 가다>(68) 로앤비, 교육사업을 런칭하다
#1
“대표님, 교육사업을 런칭해 보는 건 어떨까요?”
나는 어느 날 로앤비 이해완 CEO에게 제안을 했다. 이 CEO 입장에서는 좀 뜬금없는 이야기처럼 들렸던 모양이다. “교육사업이라니, 무슨 교육을 한다는 말씀인가요?”
“아...제가 예전에 신림동에서 고시생들 대상으로 강의를 오래 했었습니다. 나름대로 그때 잘나갔었습니다. 그걸 바탕으로...”
“로앤비가 고시생 대상으로 강의를 한다구요? 그건 우리 설립취지에 맞지 않는데...”
“네. 그래서 제 생각은 고시생 대상 강의가 아니라 사내 법무팀이나 변호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법무 강의를 하는 겁니다.”
#2
그때 내가 생각한 것은 사내 법무팀들의 업무력 향상에 도움이 될 커리큘럼을 만들어서 강의를 하는 방식이었다. 우리 로앤비가 법무팀의 업무에 도움을 두는 정보 사이트인 건 맞지만 그 외에도 교육의 방식으로 법무팀을 지원하면 어떨까 싶었던 것이다.
“아니 그럼 조 변호사가 그런 강의를 할 수 있나요?”
“네. 강의를 해 본 경력이 있으니, 제가 태평양에서 그 동안 배웠던 내용을 중심으로 커리큘럼을 짜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직 이런 기업법무 강의는 한 번도 안 해 봤을 텐데. 자신 있어요?”
“네, 해보겠습니다.”
적어도 험한(?) 신림동 바닥에서 마이크 밥을 먹어본 경력이 있는지라 기업법무 강의는 훨씬 온순한 사람들 대상이니 해 볼 만 하다 싶었다.
당시 시중에는 이런 기업법무 강의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해보고 싶었다.
#3
나는 내가 태평양에서 주니어로 빡세게 일하며 얻은 노하우(무형적 지식)를 강의안(유형적 지식)으로 토해냈다.
거의 1주일 만에 5개 강의안을 만들어 냈다. (계약서 작성실무, 계약서 독소조항 감별볍, 기업소송 100전 100승 노하우, 주주총회 이사회 실무, 저작권/부정경쟁방지법 소송실무)
이렇게 강의안을 만들다보니 파생된 다양한 커리큘럼도 나올 것 같았다.
나는 계산을 해봤다.
‘아이디는 1개 팔아봐야 3만 원 아닌가. 내가 강의를 한다면, 아침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총 6시간(중간에 점심시간 1시간 빼고) 강의를 하고 수업료로 30만원을 받는 거야. 만약 40명이 신청하면 매출만 1,200만원이네. 아이디 400개 판 거랑 똑같네. 그리고 이 수업을 하면서 로앤비 사이트를 어떻게 활용할지 시범을 보여주면서 ID 판매도 독려하고. 그러면 이거 완전 일타쌍피 컨셉인데?’
‘물론 한 강좌에 40명씩 완판되기는 힘들겠지. 그럼 보수적으로 30명만 잡아도 1번 강좌할 때마다 매출 900만 원이잖아. 한 달에 빡세게 4번 강의 돌린다면 3,600만원 매출이네. 이거 잘만 하면 대박이겠다.’
#4
거의 미친 듯이 강의안을 만들었다. 뿌듯했다. 와... 내가 지난 시간 태평양에서 일을 열심히 했었구나.
그리고 기대반 우려반의 마음으로 우리가 확보해 놓은 사내 법무팀 연락처로 강의 상품을 알리기 시작했다. 하루 강의에 30만 원이라는 금액이 좀 셌는데, 어차피 돈은 개인이 내는 것이 아니라 회사가 내는 것이고, 당시 이런 류의 강의는 존재하지 않았기에 실전적인 법무 지식에 갈증을 느끼는 사람들이 신청하리라는 생각을 했다.
결과적으로... 첫 강의부터 완판되었다. 신림동 강의 이후 실로 몇 년 만에 마이크를 잡았다. 다소 떨렸지만 막상 무대 위에 올라서면 작두(!)를 탔다. 나는 강의를 재미있게 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전체 강의 중간 중간 웃음 포인트가 있는 에피소드를 배치한다. 뚜벅이 변호사 에세이에 등장하는 많은 에피소드들(특히 선배들과의 일화)은 그 당시 강의할 때 내가 자주 써먹던 안줏거리다. 그래서 20년이 흐른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는 것이 그때 수도 없이 써먹었기 때문이다.
#5
와. 통장에 뭉태기 돈이 쑥쑥 들어오는 그 느낌. 눈물이 났다. 한편으로 계속 ID 판매를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1주일에 하루는 로앤비 강의를 진행했다.
아침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서서 강의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때는 힘든 줄 모르고 했다. 진짜 수강생 한 명 한 명이 다 돈으로(?) 보이는 시절이었다.
내가 그 이후 태평양 변호사로 복귀하고 또 2013년에 독립을 하게 되었는데, 내 의뢰인의 70% 이상은 내가 로앤비 교육사업 때 내 강의를 들었던 수강생들이었다. 강의는 나의 브랜딩에 엄청난 힘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