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 삼일인포마인으로부터 추가 투자를 받다

by 조우성 변호사

<뚜벅이 변호사 태평양 로펌 가다>(69) 삼일인포마인으로부터 추가 투자를 받다

#1

2001년 초, 로앤비는 교육사업 런칭하고 ID 판매도 완만하게 증가하고 있었지만 여전히 생존의 문제로 고민하고 있었다. 속도 모르는 태평양 선배들은 날 만날 때 마다 “조 변호사, 내가 투자한 돈은 쑥쑥 크고 있겠지? 그거 와이프 몰래 비자금으로 넣은 거라구. 빨리 불려서 줘야지.”라면서 은근히 압박을 주었다. 아. 투자 받을 땐 좋았지. 이거 완전 채무자 신세와 다름없었다.

매월 1번씩 진행되는 태평양 경영진과의 회의에서 로앤비 경영진은 한껏 밝은 미래를 얘기하고는 ‘그런데, 자금을 조금 융통해 주시면...’이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태평양 경영진은 그리 쉽게 지갑을 열지 않았다. 이 정도 됐으면 이제 자생(自生)할 수 있는 동력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2

외부 투자를 받아야겠다!

로앤비 경영진은 과연 우리 사업과 시너지가 날 수 있는 업체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냥 돈만 달라고 할 것이 아니라 사업적인 시너지가 날 수 있는 협력업체가 필요했다. 그래야 그림도 이쁘게 나올 것 같았다.

그러다 발견한 것이 바로 삼일회계법인의 자회사인 삼일인포마인이 운영하는 사이트 삼일아이닷컴(

www.samili.com)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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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재경 담당자들을 위한 회계정보 사이트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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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로앤비가 생기기 전부터 그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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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로앤비 경영진은 태평양 선배들의 소개로 삼일회계법인의 경영진을 만나게 되었다. 삼일회계법인이 삼일아이닷컴을 만든 일과 법무법인 태평양이 로앤비 닷컴을 만든 일은 서로 일맥 상통했다. 다만 그 당시 삼일아이닷컴은 종합적인 비즈니스 포털사이트로 발돋움하려는 시점이었다. 회계정보 일색인 사이트 내용을 업그레이드해서 법령이나 판례 정보를 제공하고 싶어했는데, 그 소스를 구하기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이해환 CEO는 입에 귀에 걸렸다. “바로 그 해답을 갖고 있는 곳이 저희 로앤비입니다. 하하하.”

명실 공히 회계법인 시장의 1등인 삼일회계법인 경영진의 안목은 탁월했고 사고는 유연했다. 이해완 CEO는 단순히 컨텐츠만 로앤비로부터 제공받아 가는 것도 좋지만, 서로 피를 섞어서 큰 그림을 같이 그려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쉽게 말해 투자자로 들어오라는 의미였다. 삼일회계법인 측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4

로앤비가 삼일회계법인(더 정확히 말하면 자회사인 삼일인포마인)의 투자를 받게 된다면 아주 좋은 그림이 될 것 같았다. 로앤비 경영진과 삼일회계법인 경영진은 구체적인 투자 금액 확정을 위해 긴밀한 회의를 이어갔다. 그런데... 아차. 상대방은 전부 회계사들이다. 숫자를 중요시하는 그들. 로앤비 측은 ‘미래를 봐주세요!’‘라고 두루뭉술 넘어가려 했지만 씨알도 안 먹혔다. 예전에 태평양측에서 자금을 받아낼 때는 정말 천국이었다. 살벌한 칼질이 시작되었다. 아, 역시 남의 돈을 받기란 이렇게 힘든 거다.

#4

밀고 당기는 협상 끝에 드디어 2001년 8월 초, 삼일인포마인의 투자규모가 확정되었다. 액면금 5000만원 주식을 2만원에 인수하기로 하고, 13억 6천만 원을 투자해서 삼일인포마인이 2대 주주(지분율 25.37%)가 되었다.

이 소식을 접한 ‘개미주주’ 태평양 선배들은 신이 났다. 3구좌를 출자한 선배의 경우 1,500만원을 입금했는데, 4배수 투자가 들어왔으니 그 가치는 6,000만 원(1,500만 원 x 4)이 된 것이다. “흐흐흐... 난 조변이 잘 할 줄 알았어. 마음껏 기다릴 테니 계속 불려주세용.” 선배들은 나를 응원했다.

하지만 내 마음은 밝지 않았다. 남의 돈은 다 빚이다. 그동안은 태평양이라는 시어머니만 있었는데 이제 삼일회계법인이라는 또 하나의 시어머니가 생긴 셈이다.

태평양은 친정이니 다소 실적이 미흡해도 기다려 줄 수도 있고 또 적절히 뭉갤 수도 있는데 삼일회계법인은 그렇지 않다.

당장 투자 후 첫 미팅에서, 로앤비의 실적이 저조하면 삼일인포마인의 연결재무제표에 악영향을 끼치게 되므로 적어도 올 해 (2001년) 연말까지는 손익분기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허... 숨이 턱턱 막히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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