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이 변호사 태평양 로펌 가다>(70) 사장 마인드?
#1
“조 변호사, 오늘 저녁에 주니어 회의 있는 거 알지? 꼭 참석해. 로앤비로 나갔다고 해도 자넨 엄연히 태평양 주니어니까.”
주니어 대빵 홍 변호사가 연락을 해왔다. 한 번씩 하는 주니어 회의. 뭐랄까. 일종의 노사협상을 앞두고 노동자(?)들까리 의견을 모으는 자리다. 주로 다른 빅 로펌의 주니어 대우 등에 대해 정보를 취합해서 태평양 집행부에 건의를 하기 위한 자료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2
태평양 경영진과 회의가 있어서 태평양에 들어갔다가 예전 내 비서를 만났다.
“변호사님, 바깥에서 고생 많으시다면서요?”
나는 멋쩍게 웃었다. 그러고 보니 이번 주 금요일이 추석이다. 나는 태신씨에게 물어봤다.
“태평양 직원들에게는 추석 때 뭐 나오는 게 있나요?”
“네, 매년 선물이랑 현금으로 보너스가 나옵니다.”
“보너스는 얼마 정도 나오나요?”
“그건 뭐 사람마다 다를 것도 같은데, 보통 30만원 선 정도인 거 같아요”
흠... 내 마음이 무거워졌다. 로앤비 직원들에게 추석맞이 선물을 뭘로 할까 어제 로앤비 경영진끼리 회의 했는데, 사정이 여의치 않은 관계로 아주 미미한 선물을 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로앤비 직원들에게도 현금으로 보너스를 주고 싶었다. 그런데 그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3
그 날 저녁 주니어 회의.
예상대로 몇 몇 주니어들은 다른 빅 로펌과 비교했을 때 태평양이 주니어 변호사들에게 해주는 혜택 중 모자라는 부분을 집중 설명했다. 적어도 같은 대우는 받아야 하지 않느냐는 입장이다. 다른 빅펌의 얘기를 듣다보니 다른 주니어들도 그 말에 공감하는 듯 했다.
그런데 나는 그 회의에 도저히 집중할 수가 없었다. 나는 로앤비 경영진으로서 정기적으로 태평양 경영진들과 회의를 해오고 있었다. 그 회의에 가면 나는 태평양의 솔직한(!) 재무 상황을 듣게 된다. 태평양 경영진 입장은 태평양의 솔직한 상황을 로앤비 경영진에게 말해주고, 로앤비 경영진의 분발을 독려하기 위함이었으리라. 그 내밀한 이야기를 듣고 보니, 영원한 화수분 같은 우리 로펌도 매년 아슬아슬한 고비를 넘기며 성장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4
“조 변호사도 의견 얘기해봐.”
주니어 대빵 홍 변호사가 내게 의견을 구했다. 내 의견이 뭐 중요하나. 난 무심결에 내 속마음을 털어 놓았다.
“아마 태평양 경영진도 고민이 많을 거 같아요. 요즘 계속 불황이잖아요. 그리고 솔직히 우리 주니어 변호사들에 대한 대우는 꽤 잘 해 주시는 거 아닌가요.”
순간 분위기가 어색해졌다. 내 동기들은 ‘저 X맨 같은 녀석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라는 심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나는 솔직히 그런 마음이 들었다. 주니어들은 우리 태평양이 좀 더 자생력을 갖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 지를 더 치열하게 고민해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들었다. 태평양 경영진은 우리 주니어를 위해 월급을 챙겨주는 사람으로 이해해서는 안 될 것 같았다. 다 같은 식구요 동료 변호사들인데.
더 이상 말했다가는 왕따 당할 것 같아서 말을 멈췄다.
#5
사업을 시작하면서 매월 자금 사정을 살펴보고, 직원들을 위해 뭔가를 더 해주고 싶은데 능력이 되지 못해서 그러지 못한 내 상황이 참 처량하고 서글펐다.
당장 어느 업체가 여러 개의 ID를 구입해주고 교육사업 파트에서 수강생들이 많이 들어와서 완판이 되어도 언제까지 이런 상황이 계속되리라는 법이 없었다. 이번 달이 좋아도 그 다음 달은 완전 망할 수도 있다. 한 달 한 달을 아슬아슬 넘어가는 형국이었다. 아주 믿을 만한 파이프 라인이라도 있어서 계속해서 돈이 들어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태평양 선배들이 참 대단한 거 같았다. 불모지였던 로펌 시장에서 뿌리를 내리고 이렇게 탄탄한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니. 절로 존경의 마음이 들었다.
나는 이런 경험을 통해 소위 경영자들의 고민에 대해 크게 공감하게 되었고, 이런 경험은 나중에 다시 변호사로서의 생활을 하게 될 때 의뢰인들에게 깊이 공감하는 바탕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