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 바보야, 중요한 건 세일즈야.

by 조우성 변호사

<뚜벅이 변호사 태평양 로펌 가다>(71) 바보야, 중요한 건 세일즈야.

#1

로앤비 영업을 하면서 제일 처음 해야 할 일은 어깨 힘을 빼는 것이었다.

변호사로서 사건을 담당할 때는 주로 만나는 사람의 직급이 회사의 이사, 부장급이다. 실무자가 따라 오기는 하지만 주 대화 상대방은 이사, 부장이다.

하지만 로앤비 영업을 할 때 만나야 할 대상은 대리, 사원급이다. 인터넷 ID를 실제 사용할 직급은 그들이었고, 또 금액이라고 해봐야 몇 만원 수준이라 이사, 부장이 다룰 급이 아니다.

처음에는 ID 몇 개를 팔기 위해 출장까지 가야 하나 싶어 허탈했는데, 어느 순간 그런 마음을 접었다. 단 한 개의 ID라도 사 줄 곳이 있다면 어디든 달려가겠다 라는 마음을 먹었다.

#2

명함을 새로 만들면서 휴대폰 번호를 집어 넣었다. 그 당시(2000년)만 해도 변호사들은 명함에 휴대폰 번호를 넣지 않았다. 그게 관례였다. 요즘은 다들 넣지만.

나는 스스로 변호사가 아니라 세일즈맨이라 생각하고 당연히 휴대폰 번호를 기입하고 언제든 전화 달라고 했다.

출근해서 영업 방문할 곳이 없다는 사실이 너무 슬펐다. 반면에 어디든 영업하러 갈 곳이 있다는 점은 내게 힘을 주었다.

영업하러 가서 무조건 ID를 팔고 올 수는 없다. 하지만 일단 발을 걸쳐 둘 수는 있다. 좋은 관계를 형성해 놓고 다음을 도모하는 것이다.

나는 여러 간증(?) 사례를 모아서 작은 팜플렛을 만들었다. 실제 법무팀에서 로앤비를 사용한 후 사건에서 승소했다거나 좋은 보고서를 작성하는 바람에 상사에게 칭찬 들었던 사례를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만들었다. 확실히 제품의 장점을 직접적으로 설명하는 것 보다 이런 사례를 통해 간접적으로 홍보하는 것이 더 먹혔다.

#3

내 영업을 좀 더 체계화하기 위해 협상, 설득, 세일즈에 관한 책을 엄청 읽었다. 확실히 이론적으로 정리된 책들을 읽으니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때 크게 와 닿았던 이론이 ‘귀인이론(歸因理論, attribution theory)’이었다. 어떤 상황의 원인을 어디에 귀속시키는가에 따라 대처방안이 달라진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Tom이 전자제품 판매사원으로 취직해서 전자제품을 파는데 실적이 영 엉망이다. 이 상황을 두고 Tom은 그 이유를 여러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다.

① 전자제품 영업은 원래 어려운 건가봐.

② 나는 전자제품 영업과 안맞나봐

③ 나는 운이 없나봐

④ 내 영업방식에 문제가 있었나봐.

①로 생각하면 나는 전자제품 영업을 잘 할 수가 없다. ②로 생각하면 나를 근본적으로 바꿔야만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③으로 생각한다면 뭘 해야 한단 말인가? 내 운을 어떻게 좋게 만들지? 머리가 아득해 진다. 하지만 ④로 생각한다면 영업을 잘하는 동료들의 사례를 연구해서 내 영업방식을 더 발전시키면 된다. 나는 이 말에 1000% 동의했다. 원래 어려운 게 어디있고, 원래 내게 맞는 일이 어디있나. 다 부딪혀 가며 하는 거지.

#4

권위의 법칙도 내가 자주 쓰는 방법이었다.

“아, 저희 서비스, 일단 대법원에 납품됩니다. 전국 판사님들이 다 쓰신다는 거죠. 어차피 재판에서 이기는 게 중요할 텐데 판사님들이 쓰시는 걸 같이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S그룹 법무팀도 이걸 도입했거든요. S그룹이 왜 그랬겠습니까? 그 정도면 뭐 더 설명할 필요 없지 않겠어요?”

협상, 세일즈 책에 나오는 사례 하나 하나를 다 기록하고, 거기에 로앤비 상품을 집어 넣어 세일즈 문구를 다듬었다.

로앤비를 팔다보니 로앤비의 아이덴티티가 건강보조식품이랑 아주 비슷했다. 없어도 살지만 있으면 더 좋은 것이니까. 그래서 나는 TV 홈쇼핑에 나오는 건강강보조식품 방송도 눈 여겨 봤다. 쇼핑 호스트들이 어차피 뻔한 건강보조식품의 어떤 점을 강조해서 구매자를 설득하는가를 지켜보았는데,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그 멘트 하나하나가 다 비법이요 꿀팁이었다.

하다 보니 재미있었다. 이게 진짜배기 생존무기인 거 같았다.

태평양의 다른 주니어들이 날 더러 ‘바깥에서(?)’ 고생한다고 말할 때 나는 속으로 ‘자네들은 온실 안에서(?) 잘 살고 있는 거라네. 진짜 인생은 이 바깥에 있는 거야’라며 뻐겼다. 그때 내가 입에 달고 살던 말이 ‘인생을 알려면 세일즈를 해봐야 해!’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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