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개념탑재

프로의 세계, 냉엄한 현실의 단면 , 방출

by 조우성 변호사

[개념탑재] 프로의 세계, 냉엄한 현실의 단면 , 방출


프로의 세계는 냉혹하다. 오늘의 영웅이 내일의 낙오자가 되는 곳이 바로 이 세계다. 최근 각 프로야구 구단에서 선수들에게 방출통보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이는 비단 야구계만의 일은 아니다. 축구, 농구 등 모든 프로스포츠 현장에서 매년 이맘때면 어김없이 벌어지는 연례행사와도 같은 풍경이다.


방출통보. 이 두 글자가 주는 무게감은 실로 무겁다. 선수에게는 생존과 직결된 문제요, 구단에게는 팀 체질 개선의 갈림길이며, 팬들에게는 애증이 교차하는 순간이다. 그렇다면 이 '방출'이라는 관행은 어디서부터 비롯된 것일까?


고대 로마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검투사들의 세계에서 '방출'은 곧 생명과 맞닿아 있었다. 황제의 엄지손가락 하나에 생사가 갈렸던 그들에게 '방출'은 때로는 축복이었고, 때로는 저주였다. 중세 유럽의 길드 사회에서도 기술자들의 '방출'은 존재했다. 실력이 미치지 못하는 장인은 길드에서 쫓겨났고, 이는 곧 그의 사회적 지위와 생계를 위협했다.


조선시대로 눈을 돌려보자. 장인들에게 '방출'이란 개념은 없었다. 대신 '유배'가 있었다. 임금의 노여움을 사 먼 지방으로 쫓겨나는 것이 오히려 더 두려운 형벌이었을 테지. 그래도 언젠가는 돌아올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으니, 오늘날의 방출통보보다는 덜 가혹했을지도 모르겠다.


현대에 이르러 스포츠가 프로화되면서 '방출'은 제도화됐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Designated for Assignment(DFA)'는 40인 로스터에서 제외되는 것을 뜻한다. 일본에서는 '전력외 통고'라 하여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됨을 알린다. 우리나라의 '방출통보'는 이들과 비슷하면서도 더 직설적인 표현이다.


방출통보의 이면에는 복잡한 사정이 얽혀있다. 구단 입장에서는 연봉 부담을 덜고 팀 전력을 보강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선수에게는 생존이 걸린 문제다. 재기의 발판이 될 수도 있지만, 은퇴로 이어질 수도 있는 갈림길이다. 팬들의 마음도 복잡하기는 마찬가지다. 한때 사랑했던 선수의 이름이 방출 명단에 올랐을 때, 그 아쉬움과 안타까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러나 방출이 끝이 아닌 경우도 있다. 방출 후 더 큰 스타로 거듭난 선수들의 사례는 우리에게 희망을 준다. KBO리그의 레전드 이승엽 선수는 삼성에서 방출된 후 일본에서 대활약하고 돌아와 제2의 전성기를 누렸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데이비드 오티즈는 미네소타 트윈스에서 방출된 후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월드시리즈 우승의 주역이 됐다.


방출 통보 자체를 거부한 선수의 이야기도 있다. 2008년 한화 이글스의 정민철 선수는 방출 통보를 받고도 1군 캠프에 참가해 결국 주전 자리를 꿰찼다. 이는 선수의 투지와 자존심이 만들어낸 기적 같은 이야기다.

방출 후 지도자로 변신해 성공한 사례도 적지 않다. 김성근 감독은 선수 시절 방출을 경험했지만, 지도자로 돌아와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이는 인생의 2막이 1막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산 증거다.

최근 각 프로야구 구단의 방출통보 소식은 이러한 역사와 문화의 연장선에 있다. 선수들에게는 가슴 아픈 현실이겠지만, 동시에 새로운 도전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냉혹한 프로의 세계. 그러나 이 세계가 인간미를 잃어서는 안 될 것이다. 선수 인권과 방출 제도 사이의 균형, 연봉 체계의 개선, 그리고 은퇴 후 선수들의 제2의 인생을 위한 준비 등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 할 지점들이 많다. 결국 스포츠는 인간의 이야기다. 승패와 기록 너머에 있는 인간의 삶과 도전, 좌절과 극복의 서사를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별첨 이미지 : 2024. 10. 2. 제작(미드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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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검투사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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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세움의 그늘 아래 서 있노라니, 귓가에 환호성이 아직도 울려 퍼지는 듯하다. 하지만 이제 그 소리는 나와는 무관한 것. 나, 루키우스 발레리우스 플라쿠스, 한때 로마의 자랑스러운 검투사였던 자가 이제는 그저 버려진 칼날에 불과해졌다.

땀과 피로 얼룩진 투니카를 벗어던지며 마지막으로 바라본 원형극장. 그곳에서 나는 목숨을 걸고 싸웠고, 때로는 승리의 기쁨도 맛보았다. 하지만 이제 그 영광의 시절은 끝이 났다. 마지막 전투에서의 패배로 인해 루두스의 문은 나에게 닫혀버렸다.

포럼을 지나치며 바라본 시민들의 무심한 눈길. 그들에게 나는 이제 그저 지나가는 그림자일 뿐. 한때 그들의 환호 속에 검을 들어 올렸던 내가, 이제는 그저 먼지 묻은 길거리를 방황하는 신세가 되었다.

티베르 강가에 앉아 흐르는 물을 바라보니 지난날의 기억들이 스쳐 간다. 첫 승리의 순간, 동료들과 나눈 웃음, 그리고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남았던 순간들. 이 모든 것이 이제는 꿈처럼 아득하기만 하다.

주머니 속 마지막 데나리우스를 만지작거리며 생각한다. 이제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검투사의 삶 말고는 아는 것이 없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무엇일까?

저 멀리 카피톨리누스 언덕 위 신전들이 보인다. 어쩌면 그곳에 가서 신들께 기도를 올려볼까? 아니면 군대에 입대하여 변방의 전사가 될까?

불확실한 미래 앞에 서 있노라니, 가슴 속에서 두려움과 분노, 그리고 희망이 뒤엉킨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이것이 끝이 아님을. 검투사로서의 삶은 끝났지만, 새로운 시작이 기다리고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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