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가는 길, 누구와 걸을 것인가

by 조우성 변호사

함께 가는 길, 누구와 걸을 것인가



서류가 쌓인 책상 앞에 앉는다. 계약서를 검토한다. 조항은 완벽하다. 허점이 없다. 그런데도 불안하다. 이 종이 뭉치로는 막을 수 없는 게 있다는 걸, 경험이 말해준다. 법은 사람을 묶을 수 있어도, 사람의 본성까지는 못 바꾼다. 결국 우리는 함께 일할 사람을 고른다. 거기서 모든 게 갈린다.


# 약속의 무게를 저울질하는 법


사소한 약속을 지키는가. 커피값을 제때 갚는가. 회의 시간을 지키는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이게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다. 특히 돈 약속. "다음 주에 줄게"가 "다다음 주"가 되고, 어느새 "이번 달 말"이 된다. 액수는 중요하지 않다. 천 원이든 천만 원이든, 문제는 말과 행동 사이의 거리다.

작은 약속을 어기는 사람은 큰 약속도 어긴다. 도덕의 문제라기보다는 패턴이다. 칸트가 말했던가, 작은 거짓말이 큰 거짓말을 낳는다고. 우리가 보는 건 약속 자체가 아니다. 습관을 보는 거다. 습관은 그 사람이니까.


# 이름 뒤에 숨은 자들


"내가 누굴 아는데." 이렇게 시작하는 사람들이 있다. 인맥을 과시한다. 실력자의 이름을 댄다. 그런데 가만히 들어보면 안다. 한 번 만났거나, 명함 받은 게 전부거나, 같은 행사장에 있었던 게 다다. 관계는 있는데 신뢰는 없는 식이다.

요즘은 더 심하다. 디지털 시대니까. 링크드인 연결은 수백 개, 명함은 한 서랍. 그런데 연결이 곧 관계는 아니잖나. 클릭 한 번으로 만들어진 네트워크는 클릭 한 번으로 끊긴다. 진짜 실력 있는 사람은 자기 이름으로 말한다. 남의 이름 안 빌린다.

그리고 자기 말을 기억 못 하는 사람. 어제 한 말을 오늘 부인한다. "내가 그런 말 했나?" 진심으로 모른다. 거짓말보다 더 위험하다. 자기 언어를 소유하지 못한 거니까.


# 실패를 어디에 두는가


실패는 온다. 누구에게나. 차이는 그걸 어디에 두느냐다.

은연중에 남 탓하는 사람이 있다. "상황이 안 좋아서", "그 사람이 약속을 안 지켜서", "때가 안 좋아서". 이유는 늘 바깥에 있다. 자기 안은 들여다보지 않는다. 이런 사람과는 성장할 수 없다. 함께 일한다는 건 함께 실패하고 함께 배우는 과정인데, 실패의 무게를 안 나누는 사람과 어떻게 성공을 나누나.

감정의 진폭이 심한 사람도 조심스럽다. 어제 하늘 끝까지 올라갔다가 오늘 땅 밑으로 떨어진다. 좋을 땐 세상이 다 좋고, 나쁠 땐 모든 게 나쁘다. 이런 사람과 일하면 우리도 그 롤러코스터를 탄다. 지친다.

늘 부정만 보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안 되면 어떡하지"가 입버릇. 물론 리스크를 보는 건 필요하다. 그런데 가능성까지 지워버리면? 시작할 수가 없다.


# 사람 보는 눈


그럼 어떻게 사람을 볼 것인가. 완벽한 공식 같은 건 없다. 다만 내가 기억하는 건 세 가지다.


작은 것을 본다. 거창한 포부가 아니라 일상의 습관. 약속, 시간, 돈. 이 세 가지면 충분하다. 그 사람이 거기 다 나온다.


말이 아니라 행동을 본다. 말은 쉬우니까. 행동은 어렵고. 그래서 시간을 두고 본다. 급하게 판단하지 않는다.


그리고 가능하면 짧게라도 같이 일해본다. 요즘은 원격으로도 협업할 수 있으니까. 작은 프로젝트 하나로도 많은 게 드러난다. 압박이 왔을 때, 의견이 엇갈렸을 때. 그때 진짜가 나온다.



사람은 변한다. 그리고 변하지 않는다. 상황은 변해도 본성은 안 변한다. 우리가 보려는 건 후자다. 좋은 아이디어는 많다. 좋은 사람은 적다. / 함께 갈 사람을 고르는 일. 이게 성공보다 먼저다. / 길은 멀다. 동행자는 신중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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