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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우성 변호사 Sep 24. 2015

완벽하게 사기치는 법(?)

설득의 심리학(로버트 차일다니)'은 참으로 명저다. 설득이나 협상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필독해야 할 책이다.     

그 내용 중에 나오는 "호감의 법칙"과 "일관성(개입)의 법칙" 부분을 읽다보면 사기꾼들이 사기치는 수법과 일맥상통한다는 점을 발견한다.     




돈 많은 A를 상대로 사기쳐서 10억 원을 갖고 오려는 사기꾼이 있다고 치자. 과연 어떻게 할까?     


작전의 핵심은  A로 하여금 내가 좋은 사람이라는 느낌을 주는 것(호감의 법칙)과 다른 사람이 뭐라 그래도 그 사람은 "무슨 소리야, 그 친구는 아주 믿음직한 친구야"라고스스로 말하게 하는 것(일관성,개입의 법칙)을 적절히 버무리는 것이다.     


우선 2-3일 쓰고 준다고 하고 A로부터 100만 원 단위의 돈을 빌린다.

그리고 정확히 2일 후에 돈을 갚는다. 고마웠다면서 10만 원의 이자까지 더해준다.      


다시 1주일 정도 쓰고 준다고 하고 A로부터 1000만 원 단위의 돈을 빌린다.

그리고 5일만에 돈을 갚는다. 역시 고마웠다면서 100만 원의 이자를 더해준다.     


A와는 계속 친교를 쌓아간다. A의 부인, 자식들에게 선물을 주고 "당신처럼 멋진 사람과는 정말 친하게 지내고 싶다"면서 호감을 표시한다.     


다음으로 1달만 쓴다고하고 1억 원 단위의 돈을 빌린다. 

그리고 2주일만에 갚는다. 이 때에도 고맙다는 말과 함께 1000만 원의 이자를 더해준다. A가 사양하더라도 ‘도리가 그게 아니다’ 면서 기어이 A 손에 쥐어준다.     


A에게는 늙은 노모가 있는데 허리가 많이 아프다.

사기꾼은  A에게 우리나라에서 제일 유명한 허리 전문 병원을 안내해서 최고 수준의 의사로부터 진료를 받게 해준다. 또한 A가 돈은 많지만 사회적인 네트워크가 별로 없다는 사실을 알고는 이를 부분을 해소해 주기 위해 CEO 모임 같은 데 초청해서 여러 사람을 소개해 준다.     


얼마 후 다시 부탁을 한다.

다음 달이면 돈이 들어 오는데 지금 당장 현금 흐름에 문제가 있어 그러니 10억 정도만 융통해 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는 잠적한다.



전체적인 플로우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작성해 놓고 보면 "에이... 내가 이런 데 속을 줄 알고"라고 생각하겠지만 개별적인 사건으로 계속 발생하다보면 십중팔구는 여기에 걸려든다.


A는 사기꾼에게 호감을 갖게 되었으며 자신에게 그런 호의를 베풀어주는 A가 훌륭한 사람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어 주위 사람들이 뭐라 그래도 "아니야, 당신이 그 사람을 잘 몰라서 그래"라는 식의 변호까지 하게 된다.  그럼 게임 끝이다.     


사기꾼 하수는 입만 뻥긋하면 거짓말한다. 하지만 사기꾼 고수는, 최후의 한방을 노리면서 계속 신뢰와 호감을 쌓아간다.  그 마수를 빠져나오기는 쉽지 않다.


보통 사기를 당하는 사람들은 본인이 헛된 욕심을 갖고 있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헛된 욕심이 없다 하더라도 이처럼 사람의 인정과 인심에 현혹되어 판단을 그르치는 경우도 있다. 사람의 심리를 이용하는 것은 그래서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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