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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우성 변호사 Oct 28. 2015

1인칭 시점에 매몰되지 말고 3인칭 시점을 가져라

조우성 변호사의 협상력 증강공식 중 Interest

협상을 잘 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interest를 파악해야 한다는 논의를 전개 중이다. 그럼 과연 어떻게 해야 상대방의 interest를 잘 파악할 수 있을까? 물론 다양한 질문을 던져본다든지 주위 사람들로부터 정보를 얻어내는 등의 구체적인 방법들이 있을 수 있다.


아울러 1인칭 시점에 매몰되지 말고 3인칭 시점을 가질 것을 추천하고자 한다.



예를 들어보자.

어느 영화 촬영 현장이다.


당신은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소위 ‘잘나가는’ 영화배우. 잘 나가는 만큼이나 오늘 스케줄도 만만치 않다. 오후 1시까지는 촬영을 마쳐야 그 다음 CF 촬영을 할 수 있다. 그 다음엔 TV 연예프로 인터뷰가 잡혀 있다.


그런데 영화 촬영 현장 진행이 생각보다 더디다. 증이 치민다. 도대체 감독은 왜 이렇게 스탭들 통솔을 잘 못하는 건지. 조연배우도 정말 불만이다. 같이 나오는 장면에서 계속 녀석이 NG를 내는 바람에 촬영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터지기 일보직전이다.


이제 관점을 바꿔보자.


당신은 영화 감독이다. 감독의 심정은 어떨까?


‘주연배우 심기가 불편해 보이는구나. 안 그래도 오늘 오후에 중요한 CF 촬영이 있다고 그랬지? 시간 맞춰줘야 할 텐데 걱정이다. 조연배우 저 친구 오늘 왜 저래? 아무래도 많이 긴장한 듯하다. 조감독에게 다독이라고 시켜야겠다.


오늘 스턴트 장면에서 사고가 일어나지 않아야 할 텐데. 더구나 오늘 스턴트맨들 중에는 초보자들도 있다고 하던데. 스턴트 장면 시작하기 전에 가서 격려 좀 해줘야겠다.

오늘 날이 더워 조명팀들 땀을 아주 많이 흘리고 있구나. 나중에 따로 목욕비라도 챙겨줘야겠어.


제작사 측에서 나온 김이사, 촬영 일정이 길어지는 것 같아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구나. 충분히 예정된 촬영일정 맞출 수 있다고 설명 드려야겠다.’


자기 스케줄에만 신경쓰는 주연배우와는 달리 감독은 결코 자신만의 입장에 매몰되어 있을 수 없다. 영화촬영에 관여하는 모든 이들(제작사, 주연, 조연, 스텝, 스턴트맨)의 입장을 생각해 보고 이들의 애로점을 파악하여 조율해 나가는 것이 감독의 역할이다. 따라서 감독은 자신의 현재 위치보다 훨씬 높은 위치에 설치된 카메라로 내려다보듯 자신의 주위를 내려다볼 줄 알아야 한다.


1인칭 시점이 아니라 3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상황을 파악하는 view를 가져야만 한다.






1인칭 시점에 매몰되어 있으면 편협한 사고를 하게 되고 그로 인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법률상담을 하면서 자주 경험하곤 한다.


A라는 분이 동업자 B를 상대로 형사고소를 하고 싶다면서 법률상담을 요청했다. 그런데 막상 상담을 진행해 보니 A 설명만으로도 A가 좀 심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오히려 B 입장이 이해가 되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사장님, 그런데 말이죠, B입장에서는다른 식으로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을 꺼내자, A는 정색을 하면서 ‘난 그 사람 입장 같은 거 관심 없구요!’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중립적인 내가 보더라도 B는 충분히 항변할 수 있는 사정이 있어 보이지만 정작A는 ‘그건 내가 알 바 아니다!’라고 말하는 상황, 즉 A는 철저히 1인칭 시점에 매몰되어 있는 것이다.


카메라를 높이 올려서 나와 상대방을 모두 파악할 수 있는 위치에서 3인칭 시점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것, 이는 지혜의 경지에 속하는 일이다.



■  같이 읽으면 좋을 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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