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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우성 변호사 Oct 28. 2015

소개팅 현장의 김 대리에게 필요한 건? - 숨은욕구

조우성 변호사의 협상력 증강공식 - Hidden Interest

소개팅에 나간 김 대리. 상대방은 모 증권사 홍보팀에 근무하는 홍세리양. 

그녀를 만난 순간 김 대리는 가슴이 턱 막혔다.


세리양은 사진으로 봤던 것보다 훨씬 더 미인. 그 동안 여러 여성들에게 퇴짜를 맞은 경험이 있는 김 대리는 본인이 별로 매력적인 남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세리 양이 자신을 바라보는 눈초리가 그리 곱지 않다. 하지만 김 대리는 세리양과 잘 연결되고 싶다. 어떻게 해야 하나?




협상이나 설득을 할 때 상대방의 명시적인 요구(Position)에만 얽매이지 말고 그 사람의 내면적인 욕구(Interest)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을 살펴보았다. 



이제는 한 단계 더 나아간다.

 

Interest 보다 더 깊은 심연에는 그 사람의 hidden interest(숨은 욕구)가 있다. 


이 둘은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일반적인 interest는 ‘본인도 인지하는 본인의 욕구’라면, 


hidden interest는 본인도 쉽게 인지하지 못하다가, 막상 상대방이 자극해 주면 ‘그래, 맞어. 난 그런 게 필요했지’ 혹은 ‘그래. 맞아. 내가 놓치고 있었어.’ 또는 ‘어라? 이거 괜찮은데?’라는 식으로 뒤늦게 인식하게 되는 자신의 욕구를 의미한다고 정리할 수 있다.


본인도 놓치고 있던 숨은 욕구이기에 이 부분을 상대방이 찾은 후 자극하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상대방의 hidden interest를 자극하는 것은 협상의 고수들이라야 가능하다고들 한다.

 

이러한 hidden interest 자극은 한 시대를 떨친 획기적 상품이나 서비스에서 종종 발견된다. 예전에는 없던 상품이나 서비스가 고객들로부터 인기를 얻어 베스트셀러가 되는 과정에는 ‘고객들의 숨은 욕구에 대한 자극’이 있었다.

 

Apple의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를 보자. 막상 제품이 출시되기 전까지 우리에게 그런 제품에 대한 needs가 있었는지 본인조차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막상 그 제품들이 출시된 이후에는 ‘아, 그렇지. 난 내가 원하는 음악들을 수시로 down 받아서 듣고 싶었었어. 기존의 mp3 플레이어로는 충족되지 못한 뭔가가 있었어. 아이팟은 그 부분에 있어서는 아주 좋은 대안이야’, ‘노트북을 휴대할 수도 있지만 너무 무겁고 부팅 시간도 오래 걸려서 불편했었어. 어차피 사이트를 검색하거나 컨텐츠를 보는 일이 대부분인데. 아이패드는 바로 그 부분에 있어 내 필요를 정확히 맞췄어.’라고 생각하게 되고, 그 제품 없이 생활한다는 것은 도저히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 되었다. 

결국 hidden interest는 외부의 적절한 자극에 의해 그 존재가 다시 재조명되면서, 그 이후에는 그 사람을 움직이는 중요한 동인(動因 ; 모티브)이 된다.





자, 그럼 소개팅 자리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는 김대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연애의 달인이라고 하는 ‘카사노바’의 조언을 들어 볼 필요가 있다. 카사노바는 자신의 연애 비법 중 하나로 다음과 같은 말을 전했다고 한다.

 

“미모가 뛰어난 여성에게는 그 지성을, 지적인 여성에게는 그 미모를 칭찬하라!”


카사노바가 이렇게 말한 이유는 무엇일까?


미모가 뛰어난 여성이라면 원래부터 주위사람들이 미모를 칭찬해 왔을 것이므로 누군가가 미모를 칭찬해 준다고 해서 별 감흥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여성은 혹시라도 자신이 ‘외모만 챙기는, 허영에 빠진 여성’으로 비칠까봐 상당히 신경쓰인다. 스스로는 지적인 부분도 충분히 갖춘 사람으로 비치기 원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갖고 있지 않거나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려는 마음을 갖고 있다. 다시 말해서, 미모가 뛰어난 여성은 그 내면 깊숙한 곳에서부터 지적인 여성으로 보이고 싶은 숨은 욕구(hidden interest)가 있다는 것을 카사노바는 정확히 간파했던 것이다.

 

칭찬에도 기술이 필요하다고 한다. 칭찬은 그 사람이 원래부터 잘하는 부분이 아니라 다소 미흡하지만 더 잘하려고 노력하는 부분에 주어져야 그 효과가 커진다는 것이다. 


누구나 자신이 미흡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스스로 안타까움이 존재하고 있고 이를 극복하려는 숨은 욕구(hidden interest)가 있기 때문이다.

 


김 대리는 세리 양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세리 양은 커피 테이블 옆에 책을 한 권 놓아둔 것이 아닌가. 세리

양은 어디를 가든 책을 한 권씩 들고 다니는 버릇이 있다. 읽지는 않더라도 지적인 여인으로 보이고 싶은 내면의 깊은 욕구가 투영된 탓이리라.

 

김 대리는 ‘미인이시네요’라는 상투적인 칭찬은 과감히 생략하고 바로 책에 대한 이야기부터 꺼냈다. “어? 밀란 쿤데라 소설이네요? 전 하도 유명해서 읽기 시작했다가 어려워서 중간에 포기했어요. 그런데 이 책을 일고 계시군요. 세리씨, 대단하십니다.”

 


순간 김 대리는 세리양의 눈이 커지고 얼굴이 환해지면서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보았다. 

만약 김 대리가 ‘미인이시네요’라고 칭찬했더라면 홍세리양은 ‘아, 네’라면서 형식적인 인사만 들을 수 있었을 것이다.


 협상의 고수라야 사용할 수 있다는 이 궁극의 hidden interest 자극법. 이 정도면 참으로 흥미롭지 않은지? 여행을 계속해 봅시다. 


■  같이 읽으면 좋을 컬럼


상대방의 요구가 아닌 욕구에 집중하라

https://brunch.co.kr/@brunchflgu/5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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