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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우성 변호사 Dec 16. 2015

관대한 당신이 지치지 않고 계속 열정을 유지하려면(3)

기브 앤 테이크 중에서

와튼스쿨 조직심리학교수인 애덤 그랜트의 ‘기브 앤 테이크’는 남들에게 잘 베푸는 기버(Giver)가 오히려 성공 피라미드의 최상층부에 있음을 다양한 실험과 사례로 논증하고 있는 책입니다. 이 책의 주요 내용을 애덤 그랜트와의 가상 대담을 통해 확인해 봅니다. 시리즈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지난 회 보기(1)  : 
https://brunch.co.kr/@brunchflgu/696


지난 회 보기(2) : https://brunch.co.kr/@brunchflgu/698


조우성 변호사  : 같이 일하는 후배 변호사들 중에도 그 성향을 살펴보면 기버, 테이커, 매처로 구분이 됩니다. 변호사라는 직업이 기본적으로 의뢰인을 걱정하고 도와줘야 하기에 기버 성향들이 일도 잘하고 의뢰인과의 관계도 좋은 편입니다. 하지만 기버 성향의 변호사들이 더 빨리 지치고 힘들어 하는 면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감정 소비가 많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아담 그랜트 : 변호사도 어떤 면에서는 감정노동을 하고 있는 거군요.     


조 : 마음이 따뜻한 기버 성향의 변호사들이 쉽게 지치지 않고 잘 버텨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언이 있을까요?     


그랜트 : 참고가 될만한 사례가 있습니다.     


조 : 아, 그래요? 궁금합니다.     




그랜트 : 10여년전, 어느 대학 콜센터 책임자가 제게 요청을 해왔습니다. ‘직원들이 초심을 유지하게 하는 방법을 강구해 달라’는 내용이 있지요. 그 직원들은 대학 졸업생들에게 전화해서 기부금을 내달라고 부탁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조 : 쉽지 않은 일이군요. 거절을 많이 당하겠는데요?     


그랜트 : 그들은 전화를 끊기 전에 세 번씩 기부금을 부탁하지만 90퍼센트 이상이 거절을 당한다고 합니다. 어느 직원이 그러더군요. “전화를 걸기가 극도로 어렵습니다. 전화를 받는 사람 중 상당수가 처음 두 마디를 끝내기도 전에 말을 자르고 기부할 생각이 없다고 말합니다.”     


조 : 그런 직종에 있는 사람들 중에는 기버 성향, 테이커 성향이 다 있겠지요?     


그랜트 : 네, 일단 각 직원들의 성향을 조사했지요. 그런데 놀라운 것은 열정적으로 일하는 기버(giver ; 베풀기를 좋아하는 사람)보다 테이커(taker ; 베풀기보다는 받는 것을 더 선호하는 사람)들이 더 실적이 좋은 걸로 나타났답니다.     




조 : 이상하군요. 일의 성향상(기부유도) 기버의 실적이 더 좋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랜트 : 그니까요.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면 이해가 됐습니다. 테이커들은 ‘어차피 기부하는 사람은 극히 제한적이야’라는 생각으로, 거절을 당해도 별로 상처를 받지 않는 겁니다. 하지만 기버들은 ‘이렇게 좋은 일에 왜 도와주지 않을까?’라는 생각 때문에 거절로 인해 상처를 크게 받고 있었습니다. 기버들에겐 보상이 필요했습니다.     




조 : 기버들에게 어떤 보상을 더 줘야 할까요? 돈?     


그랜트 : 테이커들은 자기에게 이익이 되는 점을 따지지만, 기버는 자기가 하는 일이 타인에게 얼마나 이로운가에 깊은 관심을 둡니다. 

그런데 정작 그 직원들은, 그들이 열심히 받아낸 기부금을 누가 받았는지, 그리고 그들의 삶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전혀 알지 못했던 겁니다.      


조 : 자기가 하는 일의 의미를 실감하지 못했기 때문에 기버들이 힘이 빠졌다?     


그랜트 : 네, 그래서 일단 저는 직원들 덕분에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로부터 감사의 편지를 받아서 이를 직원들에게 읽게 했습니다.     


입학을 결정하기 전, 다른 주에서 온 학생들에게 부과되는 등록금이 매우 비싸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러나 이 대학은 제 혈관 속에서 피처럼 흐르고 있습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이 대학에서 만나셨죠. 아버지와 삼촌 네 분도 이 학교에 다니셨습니다. 제 남동생도 이 학교 덕분에 태어났습니다. 이 학교가 NCAA 토너먼트에서 승리한 날 밤에 어머니께서 동생을 임신하셨으니까요.

저는 평생 동안 이 학교에 다니기를 꿈꿨습니다. 그래서 장학금을 받았을 때 기뻐서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제가 얻은 기회를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학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벌써 이곳에 왔습니다. 이 장학금 덕분에 제 삶이 여러 가지 면에서 크게 향상되었습니다....     


조 : 직원들이 그 편지를 읽고 나서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그랜트 : 테이커는 그다지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기버들은 강렬하게 반응했습니다. 자신의 선한 영향력을 전보다 더 굳게 믿은 기버들은 일주일에 전화를 걸고 기부를 받아내는 양이 세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단 5분간 편지를 읽고 자신이 하는 일이 남에게 얼마나 도움을 주는지 알게 된 것만으로도 기버는 큰 동기부여가 됐습니다.     




조 : 즉, 기버들에게는 자기가 하는 일의 의미를 일깨우는 것이 인센티브인 셈이네요?     


그랜트 : 맞습니다. 

그래서 저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수혜를 받은 장학생들을 초청해서 직원들과 만남을 갖도록 유도했습니다. 흥미롭게도 직원들은 장학금 수혜자를 직접 만나고 난 뒤 더욱 큰 힘을 얻었습니다. 

시간당 전화를 거는 평균 횟수와 주당 통화시간이 두 배로 껑충 뛰었습니다. 

기버직원들의 기부금 유도 금액(총액)이 무려 다섯 배나 올랐습니다. 


결국 이를 통해 저는,
기버의 정신적 에너지 소진(탈진)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자신의 베풂이 얼마나 피드백을 받느냐에 달려있다
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조 : 그런 피드백(이 장학금들이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도움을 준다)은 사실 리더나 관리자가 줄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랜트 : 하지만 완전 느낌이 다르죠. 저희 실험 결과, 같은 메시지를 관리자나 리더가 전했을 때는 아무런 효과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장학금을 받은 학생은 직원들이 하는 일의 중요성과 자신이 장학금으로 어떤 혜택을 입었는지 경험담을 들려줄 수 있죠.

기버의 정신적 에너지가 소진되어 갈 때는
그들이 제공하는 상품 및 서비스의 효과를 증언해 줄
고객, 소비자, 학생 그리고 기타 이용자를 통해 용기를 주는 것이 더 낫습니다.     



조 : 교수님 말씀 듣고 보니 저도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후배 변호사들이 사건을 대할 때 하나의 풀어야 할 숙제로만 이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의뢰인과의 직접적인 상담은 제가 진행하고, 저는 사건을 파일 형태로만 건네주곤 했거든요. 후배 변호사들은 육체와 영혼을 가진 의뢰인을 직접 만나는 것이 아니라 문서화된 파일로 사건을 접하곤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자기가 하는 일이 누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의뢰인들의 인생에 얼마나 절실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피부로 실감할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랜트 : 아까 위 사례처럼, 성공적인 결과를 얻은 의뢰인을 초청해서 후배들과 같이 식사를 하면서 조변호사님 사무소가 얼마나 좋은 일,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지 의뢰인의 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겠는데요.     


조 : 네, 그리고 

가능하면 현재 진행 중인 의뢰인 회사를 후배 변호사들과 직접 방문해서 그들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어려움이 어떤지를 눈으로 보게 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깨달음이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 다음 회로 이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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