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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우성 변호사 Dec 17. 2015

관대한 당신이 호구가 되지 않는 법(1)

기브 앤 테이크 중에서

와튼스쿨 조직심리학교수인 애덤 그랜트의 ‘기브 앤 테이크’는 남들에게 잘 베푸는 기버(Giver)가 오히려 성공 피라미드의 최상층부에 있음을 다양한 실험과 사례로 논증하고 있는 책입니다. 이 책의 주요 내용을 애덤 그랜트와의 가상 대담을 통해 확인해 봅니다. 시리즈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조우성 : 다른 사람에게 선의를 잘 베푸는 성향의 기버(Giver)들의 마음 속에는 ‘이러다 내가 이용만 당하고 마는 거 아냐?’라는 불안이 있습니다.     


애덤 그랜트 : 실제 이용만 당하는 기버들이 많습니다.     


조 : 기버들이 그처럼 이용만 당하고 말 위험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요? 오늘은 그에 대해 말씀 나누고 싶습니다.     



그랜트 : 이용만 당하는 기버들은 크게 3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조 : 그게 뭔가요?     


그랜트 : 첫째, 사람을 너무 신뢰하고,
둘째, 과도하게 공감하며,
셋째, 지나치게 소심하다는 점입니다.     

조 : 흐흠.. 말씀 들어보니 그런 것 같군요. 그럼 사람을 너무 신뢰한다는 점부터 살펴보죠.     




그랜트 : 기버는 남의 장점만 보려는 경향이 강해 모든 사람을 믿을 만한 사람으로 여기는 실수를 저지릅니다. 한 연구진이 신원 도용이나 신원 사기를 비롯한 각종 사기 피해를 본 적 있는 미국인을 분석했는데, 피해자 중에는 테이커(taker)보다 기버가 두 배나 많았습니다. 그 중 상당수가 테이커를 믿은 결과로 빚어진 결과였죠.     




조 : 기버는 사람을 판별하는 능력을 갖추는 게 중요할 것 같네요.     


그랜트 : 네, 기버는 누가 자신을 조종할 가능성이 큰지 알아야 자기 방어에 성공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타인의 ‘상냥함’에 쉽게 반응한다고 합니다. 즉 상냥한 사람은 대개 협동적이고 예의 바르게 보이죠. 반면 상냥하지 않은 사람은 경쟁적이고 비판적이며 강인한 경향이 있습니다. 그들은 다툼을 좋아하고 신랄하며 도전적으로 보이죠.     


조 : 그 말씀은, 상냥하다는 겉모습에 속지 말라는 건가요?     


그랜트 : 상냥함은 껍데기에 불과합니다. 재미있는 연구결과를 알려드릴게요.


행동유전학자들에 따르면 상냥함의 1/3 이상,
어쩌면 반 이상이 유전된다고 합니다.
즉 상냥한 성격인지 아닌지는 이미 어느 정도
생물학적으로 결정이 난다고 보면 됩니다.     

조 : 하기야 겉으로 볼 땐 까칠하지만 의외로 마음이 너그러운 사람도 있더라구요.     


그랜트 : 우리는 전형적으로 상냥한 사람을 기버로, 무뚝뚝한 사람을 테이커로 봅니다. 처음 만난 사람이 상냥하게 다가오면 자연스럽게 그가 좋은 의도를 지녔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상대가 차갑고 무뚝뚝한 표정으로 다가오면 그가 우리의 이익에 전혀 관심이 없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런 판단을 내릴 때, 우리는 흔히 ‘행동’이라는 껍데기에 많은 주의를 빼앗겨 껍질 속에 든 살과 진주를 간과해 버립니다.

베풀고 취하는 행동은 우리의 동기와 가치에 바탕을 두는 것이지, 그가 성격이 상냥한지 무뚝뚝한지와는 상관이 없습니다.     



조 : 그럼 이렇게 요약할 수 있을까요?

“친절한지 아닌지는
자기중심적인지 타인중심적인지와는 다른 문제이다.
정반대라는 뜻이 아니라 별개 문제이다.”     


그랜트 : 훌륭한 요약입니다. 우리는 종종 무뚝뚝한 기버가 있다는 사실을 간과합니다. 네스케이프에서 마케팅을 담당했던 마이크 호머에 대해서 제 친구가 한 말입니다.


“호머는 매우 냉철한 사람이었습니다. 한 번 움직이면 앞길을 가로막는 것은 가차 없이 쓸어버렸죠. 동시에 그는 마음이 매우 넓은 사람이었습니다. 남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했죠. 그는 보통 이상으로 무뚝뚝했고, 또 보통 이상으로 베푸는 사람이었습니다.”


“호머는 일할 때는 엄청나게 많은 걸 요구하고 기대했기 때문에 테이커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하루 일과가 끝나면 진심으로 사람들에게 신경을 써주었죠. 언젠가 그의 기대에 미치지 못해 몹시 힘든 하루를 보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는 나중에 내가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이해하도록 도와주었습니다. 그게 바로 내 다음 직업이 되었지요.”     


조 : 저도 문득 어느 선배가 떠오릅니다. 업무에서는 한없이 가혹하지만 여러모로 저를 챙겨주신 분이죠. 그럼 반대로 상냥한 테이커들도 있겠군요.     


그랜트 : 그렇죠. 기버가 이들에게 이용당하지 않으려면 상냥한 테이커를 사기꾼으로 인식할 줄 알아야 합니다.


 실패한 기버인 컨설턴트 A는, 어떤 사람이든 자신에게 부탁하기만 하면 들어주기 위해 일정을 비워두는 습관이 있습니다. 고객이 추가적인 분석을 요청하면 엄밀히 볼 때 관련 프로젝트가 아님에도 그 일을 해줍니다. 부하직원이 조언을 구할 경우 즉시 일정표를 꺼내 자기 시간을 내주면서까지 응합니다.     


반면에 성공한 기버인 컨설턴트 B. 그도 신입사원을 모두 돕지만 그들과 처음 대화할 때 누가 기버이고 테이커인지 유심히 살펴봅니다.     




조 : 흠. A는 일단 issue 자체에 집중하는데 반해 B는 사람을 먼저 파악한다는 거죠?     




그랜트 : B는 이렇게 말합니다.     


“전 세계에서 일하는 한명 한명을 미리 만나 함께 시간을 보내볼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누가 진실하고 또 누가 그렇지 않은지 알아보려 애를 씁니다. 어떤 친구는 타인을 알아가려는 대화에서 대뜸 ‘컨설턴트로서 높은 지위에 오르고 싶습니다. 제가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묻습니다.”     

B는 이런 접근을 하는 사람은 테이커로 취급합니다.     


“그들은 30분짜리 회의에서 자기가 요즘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말하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내가 자기를 기억하기를 원하거든요. 그들은 결코 통찰력 있는 질문을 던지지 않습니다. 대단히 피상적이죠. 그런 까닭에 그들을 정말로 도와줄 수 있을 정도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지 못합니다.”


“그들은 너무 자기 중심적이라 얻을 수 있는 것만 다 얻으면 떠나버려요. 그래서 나도 좀 더 체계적으로 남을 돕기 시작했어요.”     


조 : ‘체계적으로 남을 돕는다는 말이 참 가슴에 와닿네요. 돕는 데도 지혜가 필요한 듯 합니다.


이용만 당하는 기버의 3가지 요건(첫째, 사람을 너무 신뢰하고, 둘째, 과도하게 공감하며, 셋째, 지나치게 소심하다는 점입) 중 ‘사람을 너무 신뢰하는 점’에 대해서 살펴봤구요, 나머지 두 개는 다음 시간에 살펴보겠습니다.     


- 다음 회에 -           


다음회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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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련 글
    


지난 회 보기(1) : https://brunch.co.kr/@brunchflgu/696


지난 회 보기(2) : https://brunch.co.kr/@brunchflgu/6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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