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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우성 변호사 Jun 21. 2016

연재소설 : 알레그로 콘브리오(1화)

부제 : 병아리 변호사의 우아한 하이킥

알레그로 콘브리오는 '빠르게, 그리고 생기있게'라는 악상기호(樂想記號)입니다. 기업 법률컨텐츠 전문기업인 (주)머스트노우의 신입 변호사인 릴로(필명)씨가 법지식을 좀 더 쉽게 전달하기 위해 소설 형태로 연재합니다.

신참 병아리 변호사(정재인)가 좌충우돌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내용이 주를 이룹니다. 씩씩한 신참 변호사의 모습을 알레그로 콘브리오에 비유했습니다.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에 업로드할 예정입니다. 앞으로 많이 성원해 주시길 바랍니다.


에피소드 1 : 이대론 못나가!


제1화


“어 왔어? 재인이?”

카페 사장이 된 ‘하루’. 

“커피향이 좋네. 사장님, 카페모카 한 잔이요.”


휴... 그리웠다. 어두컴컴한 조명, 축축한 공기, 정신 빼놓는 음악. 사회생활은 너무나 징글징글하다. 이럴 땐 잠시 격리되어도 좋아.

“특별히 다크초코로 제조된 카페모카입니다.”

이젠 필수가 된 당과 카페인. 살 것 같다.


“갑자기 막 행복해지려 해! 여기 없었으면 난 어디 가서 놀았을까. 하루야, 이 가게 한 지 얼마나 되었지?”

“너가 막 오픈한 남의 가게 와서 힘들다고 진상 부리던 모습이 트라우마로 떠올라. 한 2년 전이었나?”


꼭 저 얘기. 시험을 앞둔 자의 멘탈이란… 아 생각하기도 싫다. 물론 무사히 시험에 합격해서 ‘변호사’라는, 아직은 어색한 꼬리표를 달게 된 것은 천만다행이지만.


“2년? 벌써 그렇게 되었나.”




“형님! 오랜만에 오셨네요. 요즘 왜 이렇게 안 들르셨어요.”


카페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곱창집 사장이다. 나 못지않은 단골인 듯. 자주 봤는데 나랑은 안 친하다. 좀 알 수 없는 사람. 생긴 거 같지 않게 꼰대주의보 있는 아재라 경계중이다. 한 때 좀 놀았다고는 하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젊은 남자 사장들이 잘 따른다. 그들만의 마초 리그 형성된 듯.


그나저나 저런 파마는 어디서 하는 건지. 이 골목 가게 사장들은 (사장이라고 말 안하면 다들 알바생인지 구별이 안 가는 행색) 참 신기하게도 특이한 사람들밖에 없다. 하긴 이렇게 손바닥만한 상권이라도 만들어내려면 보통은 아니어야 하겠지. ‘너 같은 조무래기 따위가 뭘 알겠냐’ 며 은근 무시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특히 저 사장은 어찌나 거들먹거리던지. 


‘나보다 공부 무지하게 잘하던 애들도 이제 회사에서 쫓겨나서 제 살길 찾느라 허덕인다. 세상이 어떻게 빨리 변하는지 현장에 있는 우리 같은 사람들이 제일 잘 알지.’ 




“박하루, 여자친구랑 있었구나.”

순간 하루가 표정이 일그러진다. 


“막말하지 마시고요.”

난 모른 척 하고 급 책 읽는 척을 한다.


“술이나 줘”

“자, 소주토닉 나왔습니다.”

“그냥 소주로 줘.”


“곱창 맛집 사장님이 자기 가게 놔두고 왜 여기 와서 소주타령이세요. 소주 잔이 없어요. 그리고 이렇게 와리로 먹어야 술도 덜 취하지요.”

“말이 많아. 양주 같은 거로 줘. 먹고 확 취하는 걸로.”


“형님이 왜 이러실까. 혼자 잘 나가면서. 요즘 손님 줄이 줄지를 않던데요. 사람 좀 더 쓰셔야겠어요. 저 좀 써요.”

“그러게. 일손도 모자란데 여기서 난 뭐하고 자빠져있냐… 입소문도 퍼지고 단골도 많이 생겨서… 우리 가게 옮기면 그게 유지가 안 될텐데…염병할”

“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 형님 가게 옮기면 우리 골목 사람 절반은 줄어들 거예요”

“……”




뭐지? 이 심상찮은 분위기...


하루가 걱정스러운 듯 물어본다.

“무슨 일 있는 거예요?”

“에휴 진짜.... 건물이 넘어갔나봐. 사방팔방으로 건물주 형한테 연락 해봐도 연락이 안 되더니, 어제 새 건물주라며 어떤 회사에서 연락 왔더라. 깐깐한 녀석들 같던데.”


곱창집 최사장은 분이 풀리지 않는 목소리였다.


“건물주가 친한 형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그 형님 갑부인 줄 알았는데 망한 거예요? 그렇다고 대뜸 나가라면 나가야 하나요? 형님 안 나가도 되지 않아요? 재인아 안 그래?”


갑자기 하루가 질문한다. 난 어색하게 최사장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웅얼거렸다.




“음… 혹시 대항력은 갖추셨나요?”


대항력. 내가 말해놓고도 저 양반이 이 말을 제대로 이해했을지는 의문이다.


하루가 옆에서 거들었다.


“형님, 사업자등록 했어요?”

“그거야 당연히 했지. 계약 기간 2년 중에서 이제 고작 한달 남짓 남았는데. 처음에는 장사 되는 거 보고 월세 올리면 된다고 친한 형이 좋은 조건으로 해줘서 2년 계약했는데, 그 때 그냥 길게 해놓을 걸. 새 건물주는 지금 군소리 없이 나가면 이사비용 좀 쥐어 주겠다더라. 계약기간 곧 쫑치니까 정리하자는 거야. ”


“돈 조금 받고 나가면 형님 손해잖아요. 계약기간 연장해 달라고 해보셨어요?”


“당연한 걸 뭘 물어. 사정했다가 화도 냈다가 했지. 늘 그렇듯이 꼬우면 네가 건물 사서 장사하란 식이야. 여기 상권이 조금씩 뜨기 시작하면서 대기업 프랜차이즈 쪽에서 작업이 들어왔나봐. 너도 조심해라.”


“네? 여기가요? 이런 동네 골목길까지 젠트리피케이션(구도심이 번성해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몰리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을 이르는 용어 ;필자주) 되는 건가. 진짜 우습다. 어딜 가라는 건지.”


머릿속으로 대항력, 상가임대차보호법, 계약갱신 등의 용어가 소용돌이친다.


“사장님, 사장님이 원하시는 게 뭔가요.”


앞뒤 설명도 없이 내질렀다. 말하고 보니 나도 당황스럽네.

“뭐요?”

최사장은 괜히 나한테 심통이 난 듯하다.


난 왜 질문을 던져도 이렇게밖에 하지 못하는 걸까. ‘사장님, 방법이 있습니다.’ ‘어떻게든 늘려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시작해도 좋았을 걸… 밑도 끝도 없이 직행. 사무실이었으면 백프로 혼났네.


To Be Continued...


2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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